계절시(季節詩)감상

穀雨漢詩 (곡우 한시)

-수헌- 2023. 4. 18. 12:53

4월 20일은 음력 3월 초하루이자 곡우(穀雨)이다. 곡우(穀雨)는 봄의 마지막 절기로 봄비(雨)가 내려서 곡식(穀)을 기름지게 한다는 뜻이다. 농촌에서는 곡우에 모든 곡물이 잠에서 깨어 자란다고 보아, 곡우에 볍씨를 담그고 못자리를 준비하며, 곡우가 지나면 바로 입하(立夏)로 여름철로 접어들며 본격적인 농사철로 들어선다. 특히 예전 선비들은 곡우 이전에 찻잎이 품질이 좋아 우전(雨前)이라 이름하고 즐겼으며 곡우와 차를 연결한 시를 지었다.

 

歸田結網 귀전결망     申翊聖 신익성 

전원으로 돌아가 그물을 만들다

 

寒食風前穀雨餘 한식풍전곡우여

한식날 바람 불고 곡우는 아직 멀었는데

磨腮魚隊上灘初 마시어대상탄초

물고기 떼가 뺨 부비며 여울을 올라오네

乘時盡物非吾意 승시진물비오의

좋은 때 만나 모두 잡는 게 내 뜻 아니라

故敎兒童結網疎 고교아동결망소

아이에게 그물코를 성글게 만들라고 하네

 

*신익성(申翊聖,1588~1644) : 조선시대 오위도총부 부총관을 역임한 문신. 자는 군석(君奭), 호는 낙전당(樂全堂) 동회거사(東淮居士). 영의정을 지낸 상촌(象村) 신흠(申欽)의 아들이다.

 

 

春日卽事五首 춘일즉사오수     舒邦佐 서방좌 

봄날 즉흥시 다섯 수 중 다섯째

 

穀雨催秧蠶再眠 곡우최앙잠재면

곡우 되어 못자리 설치하고 누에 두 잠 드니

采桑女伴罷鞦韆 채상녀반파추천

아가씨들 그네뛰기도 그만두고 뽕잎을 따네

前村亦少遊人到 전촌역소유인도

마을 앞에 놀러 오는 사람도 또한 드물어지고

牛歇濃陰人餉田 우헐농음인향전

소 쉬게 하고 우거진 그늘에서 새참을 먹네

 

*서방좌(舒邦佐, 1137~1214) : 송(宋) 나라 때의 시인.

 

 

穀雨 곡우      黃庭堅 황정견

 

落絮遊絲三月候 낙서유사삼월후

버들개지 솜처럼 휘날리는 계절 삼월에

風吹雨洗一城花 풍취우세일성화

바람 불고 비 내려 성안 꽃이 깨끗하니

未知東郭清明酒 미지동곽청명주

동곽에서 마시는 청명주 어떨지 몰라도

何似西窗穀雨茶 하사서창곡우차

어찌 서창아래서 마시는 곡우차 같을까

 

*황정견(黃庭堅,1045~1105) : 중국 북송의 시인. 자는 노직(魯直), 호는 산곡(山谷) 또는 부옹이며 소식(蘇軾) 문하인의 제1인자이다.

 

 

對客 대객      黃慶 황경 

손님과 마주 앉아

 

窗下篝燈坐 창하구등좌

창문 아래 등을 밝히고 앉아서

相看白髮新 상간백발신

서로 바라보니 백발이 새롭구나

共談爲客事 공담위객사

나그네로 떠돈 일 함께 얘기하니

同是異鄉人 동시이향인

한 가지로 타향 사람이로구나

詩寫梅花月 시사매화월

달빛 아래 매화를 시로 옮기고

茶煎穀雨春 다전곡우춘

봄날 곡우에 딴 차도 달였네

明朝愁遠別 명조수원별

내일 아침 멀리 이별 걱정하니

離思欲沾巾 이사욕첨건

헤어질 생각에 눈물이 나려 하네

 

*黃慶(황경) : 송나라 말에서 원나라 초기를 산 시인이다. 자는 성보(星甫), 호는 천태산인(天台山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