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踏靑日 應製作 (답청일 응제작) - 徐居正 (서거정)

-수헌- 2023. 4. 20. 15:09

踏靑日 應製作 답청일 응제작      徐居正 서거정  

답청일 어명에 응하여 짓다

 

天屆三三節 천계삼삼절

절기가 삼월 삼짇날에 이르니

時維是踏靑 시유시답청

바야흐로 답청하는 때로구나

春光方浩蕩 춘광방호탕

봄의 풍광은 사방에 호탕하고

物色摠芳馨 물색총방형

물색은 모두 향기 풍기는구나

脈脈東風細 맥맥동풍세

봄바람은 잇달아 솔솔 불어오고

霏霏小雨冥 비비소우명

가랑비 소리 없이 그윽이 내리네

猩紅開爛熳 성홍개란만

붉은 꽃들은 찬란하게 피어나고

鴨綠漲淸冷 압록창청랭

넘치는 압록수는 맑고 차갑구나

嫩線垂金井 눈선수금정

실버들은 우물 난간에 드리우고

繁英照玉欞 번영조옥령

활짝 핀 꽃들이 옥난간을 비추네

蝶飛深造次 접비심조차

나비는 아주 잠깐만 날아다니고

燕語大丁寧 연어대정녕

제비는 정녕 큰 소리로 지저귀네

如此良辰好 여차량진호

이처럼 아름다운 명절을 좋아하여

由來樂事幷 유래악사병

예로부터 함께 어울리며 즐겨왔네

風流思晉俗 풍류사진속

풍류로는 진나라 풍속이 생각나고

稧飮想蘭亭 계음상란정

계음하며 난정의 일을 상상하네

勝境應天祕 승경응천비

승경은 하늘의 신비에 응하였고

群賢盡地靈 군현진지령

군현은 모두 땅의 기운을 받았네

流觴如箭急 류상여전급

술잔은 화살처럼 빨리 흐르는데

曲水訝龍形 곡수아룡형

곡수는 용의 형상 같아 놀랍구나

鯨飮思何渴 경음사하갈

고래처럼 마셔도 왜 갈증이 날까

鸞翔筆不停 난상필불정

붓이 난새처럼 날아 멎지를 않네

銀鉤光射日 은구광사일

빛나는 은구는 해를 쏘아 비추고

瓊韻燄騰星 경운염등성

좋은 시문은 별에 올라 반짝이네

往事成陳跡 왕사성진적

지난 일은 묵은 자취가 되었지만

前修有典刑 전수유전형

옛 현인들의 전형은 남아 있구나

臣生後百歲 신생후백세

신이 태어난 뒤 백년을 살았어도

運撫屬千齡 운무속천령

옮기고 어루만짐은 천년이나 되네

時遇陽和泰 시우양화태

마침 태평하고 화창한 봄을 만나

恩承雨露零 은승우로령

우로 같은 은혜를 흠뻑 입었구나

宣招朝漢闕 선초조한궐

나라에서 부르셔서 한양 대궐의

賡載忝虞廷 갱재첨우정

우정에서 갱재를 욕되게 하였구나

柳映琉璃陛 류영류리폐

유리 섬돌은 버드나무로 뒤덮이고

花明錦繡屛 화명금수병

수놓은 비단 병풍의 꽃은 환하네

右軍書妙絶 우군서묘절

우군장군의 글씨는 절묘하였지만

俗體字竛竮 속체자령병

속체의 글자는 보잘것이 없었네

不必追前輩 불필추전배

반드시 앞선 무리만 따르지 않고

唯思答聖聽 유사답성청

오직 성청에 답하기만 생각하네

聊歌大平曲 료가대평곡

부족하나마 태평곡을 노래하노니

盛澤闊滄溟 성택활창명

성대한 은택 사해에 널리 펴지길

 

※應製(응제) : 임금의 명에 의해 시문을 짓는 일. 임금이 신하에게 운(韻)을 내어 짓게 하였으며, 응제(應制) 도는 응조(應詔)라고도 한다.

 

※鴨綠(압록) : 압록(鴨綠)은 청둥오리라는 의미인데, 우리 고대어는 오리를 아리라고 했다 한다. 따라서 압록(鴨綠)은 아리수라 불리던 한강(漢江)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金井(금정) : 금정(金井)은 우물난간을 아로새겨 꾸민 것을 말한다. 당나라 시인 장적(張籍)의 시 초비원(楚妃怨)에 ‘오동잎 황금정에 떨어질 때, 가로지른 녹로에 단 두레박줄 당기네. [梧桐葉下黃金井 橫架轆轤牽索緶]’라는 구절이 있다.

 

※造次(조차) : 얼마 되지 않는 짧은 동안.

 

※稧飮(계음) : 제사를 지내고 모여서 액막이로 술을 마시는 것을 말한다.

 

※銀鉤(은구) : 은구(銀鉤)는 아름답게 쓴 글씨. 특히 초서(草書)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前修(전수) : 전철(前哲), 옛 현인(賢人).

 

※運撫屬千齡(운무속천령) : 임금의 중용과 보살핌을 오랫동안 입었다는 의미인 듯하다.

 

※宣招(선초) : 나라에서 부르다.

 

※賡載忝虞廷(갱재첨우정) : 갱재(賡載)는 임금이 지은 시가(詩歌)에 화답하여 시가를 짓는 것을 말하고, 우정(虞廷)은 순(舜) 임금의 조정을 가리키는 것으로 현명한 임금과 신하가 화합하는 것을 말한다. 서경(書經) 익직(益稷)에 고요(臯陶)가 순 임금의 노래에 화답하여 부르기를 ‘임금이 밝으시면, 신하들이 어질어서, 모든 일이 편안해질 것입니다.〔元首明哉 股肱良哉 庶事康哉〕’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따라서 우정에서 갱재를 욕되게 하였다는 것은 겸양의 의미로 쓰였다.

 

※右軍(우군) : 우군은 우군 장군(右軍將軍)을 지낸 명필(名筆) 왕희지(王羲之)를 가리킨다.

 

※聖聽(성청) : 임금이 듣는 것을 높여 이르는 말.

 

※滄溟(창명) : 넓고 큰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