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人日 (인일) - 李穀 (이곡) 外

-수헌- 2023. 1. 27. 11:20

人日 인일     李穀 이곡

 

今年人日立春前 금년인일입춘전

올해의 인일은 아직 입춘 전이라서

猶是風光屬去年 유시풍광속거년

아직도 풍광은 지난해의 풍광이네

壁繭探官君莫笑 벽견탐관군막소

관원을 엿보는 벽견을 비웃지 마오

要將眞假問蒼天 요장진가문창천

참과 거짓을 하늘에 일러바칠 테니

 

※人日(인일) : 인일(人日)은 음력 1월 7일로 사람을 가장 귀하게 여기는 날이다. 동방삭(東方朔)의 점서(占書)에 의하면, 1월 1일부터 6일까지 각각 차례로 닭 개 양 돼지 소 말을 점치고 나서 7일에 사람을 점치고 8일에 곡식을 점치는데, 기후가 청명하고 온화하면 번식과 안태(安泰)를 미리 알 수 있고, 기후가 음한(陰寒)하고 참렬(慘烈)하면 질병과 쇠모(衰耗)를 미리 알 수 있다고 하였다.

 

※壁繭(벽견) : 벽에 서식하는 거미의 일종으로, 인일에 사람의 행동을 몰래 관찰하여 상제에게 고자질한다는 속설이 있었다.

 

*이곡(李穀, 1298~1351) : 고려 후기의 학자 문인. 字는 중부(仲父), 號는 가정(稼亭). 목은(牧隱) 이색(李穡)의 아버지이다.

 

 

人日有雪 인일유설      李崇仁 이숭인

인일에 눈 내리다

 

人日鄕閭重 인일향려중

고향에서는 인일을 중히 여겨서

團欒笑語譁 단란소어화

단란히 모여 웃으며 떠들었는데

山陰雲發葉 산음운발엽

산그늘에 구름이 잎새처럼 흩어지더니

風急雪吹花 풍급설취화

바람이 몰아쳐 꽃 같은 눈을 불어오네

故向書帷落 고향서유락

짐짓 서재의 휘장을 향해 떨어지더니

還從舞袖斜 환종무수사

도리어 소매에 춤추듯 비껴 날아드네

稱觴獻親壽 칭상헌친수

술잔이라 아뢰며 무모님께 헌수 하니

未恨在天涯 미한재천애

멀리 떠나 있어도 한스럽지만은 않네

 

※書帷(서유) : 서재에 친 휘장이라는 뜻으로, ‘서재’를 이르는 말

 

*이숭인(李崇仁,1349~1392) : 고려 후기의 문학을 대변하는 문인. 자는 자안(子安), 호는 도은(陶隱). 목은 이색(牧隱 李穡), 포은 정몽주(圃隱 鄭夢周)와 함께 고려말의 삼은(三隱)으로 일컬어진다.

 

 

人日思歸 인일사귀 薛道衡 설도형

인일이 되니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나다.

 

入春纔七日 입춘재칠일

봄이 온 지 이제 겨우 칠일 째지만

離家已二年 이가이이년

집 떠난 지는 벌써 이 년 되었네

人歸落雁後 인귀낙안후

사람 돌아가고 기러기 앉은 뒤에

思發在花前 사발재화전

꽃 앞에 서니 고향생각 일어나네

 

*설도형(薛道衡, 540~609) : 수(隋) 나라 때 내사시랑을 지낸 관리이자 문인. 설도형(薛道衡)의 이 시는 무명자(無名子) 윤기(尹愭)의 인일기고사(人日記故事)를 비롯한 많은 인일(人日) 관련 시에서 인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