蓬萊 楊士彦 詩와 글씨

蓬萊 楊士彦-자연과 산수를 노래한 시(1)

-수헌- 2020. 3. 21. 20:42

 

蓬萊公 자연·명승지를 유람하면서 지은 작품과 자신의 회포를 노래한 시가 많은데, 그중에서 금강산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지난 3회에 걸쳐 감상 하였다. 이번에는 그 외 자연과 산수를 노래하고 자신의 회포를 노래한 시들을 몇 수 감상해 본다. 이 작품들은 의 다정다감한 성품과 유자(儒者)이면서도  말년의 선도(仙道)를 지향한 성품이 반영된 면을 엿볼 수 있다. 우선 그중 칠언절구(七言絶句) 몇 수를 올린다.

 

仙遊潭』 『선유담

桃花結子三千歲 도화결자삼천세 

복사꽃은 삼천 년 만에 열매를 맺고

龍虎丹成日未斜 용호단성일미사 

용호는 저물어가는 해를 붉게 만드네

湖光海色落天鏡 호광해색낙천경 

호수와 바다 빛은 하늘이 거울에 떨어진 듯

黃鶴白雲棲紫霞 황학백운자서하 

황학과 흰 구름은 붉은 노을에 깃드네

龍虎丹成日未斜 : ‘용호의 단약을 달이니 해가 지지 않네로 해석하는 분이 많은데, 선유담의 선경(仙境)을 노래한 이 시의 문맥으로 어울리지 않은듯해서 이렇게 해석함.

선유담(仙遊潭) : 蓬萊公의 고향인 포천 8경 중 5경으로 이동면 도평리 백운동 계곡에 있다. 이름 그대로 신선이 놀던 자리라고 하여 선유담이란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고 한다. 물에 잠긴 깎아지른 암벽 그림자도 좋거니와 암벽에 반사되는 물빛도 아름답다. 암벽에는 봉래공(蓬萊公)이 쓴 선유담(仙遊潭)이라는 세 글자가 암각되어 있다.

 

』                    『

紅衣翠盖自精神 홍의취개자정신 

붉은 옷 푸른 일산 본래의 정신으로

挺出淤泥不染塵 정출어니불염진

  진흙에서 나왔어도 티끌에 물들지 않았네

世間深愛誰同我 세간심애수동아 

세속에서 그 누가 나처럼 사랑할까

如對光風霽月人 여대광풍제월인 

뛰어나고 인품 있는 사람을 대한 듯하네

광풍제월(光風霽月): 마음이 넓고 쾌활해 아무 거리낌이 없는 뛰어난 인품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송나라의 시인 황정견이 역시 송대의 철학자 주돈이의 인품을 평한 데서 유래한다. 주돈이는 군자의 덕을 연꽃에 비유한 작품 애련설(愛蓮說)이 유명하다.

 

口號』 『구호        

獨立芙蓉第一枝 독립부용제일지  

연꽃의 첫째 가지가 홀로 서니

三生結習少人知 삼생결습소인지  

삼생의 얽힌 인연 아는 이 적네

天邊笙鶴尋無處 천변생학심무처  

하늘가의 선학은 찾을 곳 없지만

窓外蟠桃自四時 창외반도자사시  

창밖의 반도는 사철 아름답네

반도(蟠桃): 삼천 년에 한 번 꽃이 피고 다시 삼친 년에 한 번 얼매가 맺는다는 선도(仙挑), 서왕모(西王母)가 전했다고 함.

 

沙丘臺望 北海諸崎사구대망북해제기

사구대에서 북해 높은 봉우리를 바라보며

在安邊鶴浦北渚 제안변학포북저 

안변은 학포 북쪽 물가에 있다

 

金玉樓臺拂紫煙 금옥누대불자연

금옥 누대에는 붉은 연기 피어나네

鳳璘洲渚下墓仙 봉린주저하묘선 

봉황과 기린이 신선들과 물가에 내려오니

青山亦厭人間世 청산역염인간

푸른 산은 인간 세상을 싫어하여

飛入滄溟萬里天 비입창명만리천 

푸른 바다 먼 하늘로 날아드네

 

半月山彈琴』 『반월산탄금

   반월산에서 거문고를 타며

半月山在鑑湖邊 반월산재감호변

   반월산은 감호 가에 있는데

琴亦有狀半月 금역유상반월     

   거문고 역시 모습이 반달과 같아서

而名之者 이명지자         

   붙여진 이름이다

半月山頭半月琴 반월산두반월금 

반월산 위에서 반월금을 타노라니

水晶樓閣紫煙深 수정누각자연심

  수정 누각에 붉은 연기 자욱한데

陽春白雪無人和 양춘백설무인화 

양춘백설곡에 화답하는 이 없고

碧海長天萬里心 벽해장천만리심 

푸른 바다 먼 하늘에 마음만 멀리 가네

양춘백설곡(陽春白雪曲): 양춘곡(陽春曲)과 백설곡(白雪曲). 중국 초()나라 때의 2대 명곡으로, 내용이 너무도 고상하여 창화(唱和: 가락을 잘 맞추어 부름)하기 어려운 곡으로 알려짐. 전하여 상대방의 시문을 높여 이르는 말이 되었다.

    

關東』 『신복관동     

  관동에 새 터전을 닦다

得之兵亂後 득지병란후

   난리 뒤에 얻은 시다.

淵明心事歸來賦 연명심사귀래부 

도연명의 마음으로 귀거래사 읊으며

摩詰生涯輞口圖 마힐생애망구도 

마힐은 한평생 망천에서 살았네

超然遠蹈蓬山路 초연원도봉산로 

속세를 떠나 봉래산 길을 밟노라니

萬二千峯畵也無 만이천봉화야무 

만이천봉은 그림이라 없구나

도연명의 마음으로 귀거래사 읊으며: 도연명(陶淵明)이 팽택(彭澤) 현령으로 있을 때 독우(督郵; 옛날 중국의 관직. 지방 관직으로 군을 보좌해 현을 감찰하는 직책)가 와서 허리를 굽히라고 하자, "내가 어떻게 오두(五斗)의 녹봉 때문에 허리를 굽힐 수 있느냐" 하고 귀거래사를 짓고 낙향했다. 여기서는 작자가 벼슬을 버리고 관동에 살 터전을 마련했음을 표현한 것이다.

마힐은 한평생 망천에서 살았네: 마힐(摩詰)은 당()나라 왕유(王維)를 가리킴. 왕유는 안녹산(安祿山)이 난을 일으켰을 때 절개를 지켜 벼슬하지 않고, 망천에 별장을 지어놓고 시서화(詩書畵)를 즐기며 살았다. 뒤에 난이 평정된 후 벼슬이 상서우승(尙書右丞 )에 이르렀다.

 

 洛山寺』 『낙산사

青青霧閣三千丈 청청무각삼천장 

푸른 안개 속 누각은 삼천 길이나 솟았고

白白雲窓萬里天 백백운창만리천 

창밖 흰 구름은 만 리 하늘에 밝은데

望望乘槎人不見 망망승차인불견 

바라봐도 뗏목 탄 이 보이지 않으니

不知何處恣飄然 부지하처자표연 

모습이 훌쩍 사라진 곳을 알 수가 없네

승차인(乘槎人) : 본래 뗏목 탄 사람이란 먼 곳으로 사신 가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인데, 여기서는 신선이 되어 깨끗하고 먼 바다에 뗏목을 타고 상제(上帝)에게 간다는 뜻으로 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