蓬萊 楊士彦 詩와 글씨

蓬萊 楊士彦-금강산 관련시 (3) -금강산의 사찰

-수헌- 2020. 3. 18. 17:58

봉래 양사언(蓬萊 楊士彦)은 유자(儒者)이면서도 불교를 가까이 했고, 만년에는 선도(仙道)에 빠졌던 인물이다. 남사고(南師古)에게서 역술(易術)을 배워 임진왜란을 예측하기도 했다 한다. 조경(趙絅 : 조선 중기의 문신·성리학자)[묘갈명]에서 "처음에는 이단(異端)을 가까이하더니/ 나중에는 선도(仙道)에 빠졌도다/ 이단과 선도를 하지 않았다면/ 넉넉히 요천에 드실 텐데"라 평했다. 또한 성호 이익(星湖 李瀷)은 양사언을 두고 신선과 같은 인물이라고 하고, 그 글씨 또한 그 인물과 같은데, 사람들이 그 글씨가 진속(塵俗)을 벗어난 줄은 알아도 그 시가 세상 사람의 말이 아님을 알지 못한다고 말하며, 세속의 태를 벗어난 천진하고도 청아한 시풍을 높이 평가했다. 이 같은 인물평은 양사언이 여느 사람과 구별되는 취향을 가졌음을 잘 보여 주며, 그의 작품에 그대로 투영되어 나타난다. 오늘은 금강산의 사찰에 관련한 시를 올려본다.

 

楡岾寺』 『유점사

沙門臨玉砌 사문임옥체   

스님은 옥돌 뜨락에 서 있고

金刹涌雲間 금찰용운간   

금빛 사찰은 구름 사이에 솟았네

地獄無人面 지옥무인면   

지옥에는 사람 얼굴이 없고

天堂是上闕 천당시상궐   

천당은 가장 높은 집이라네

鐘鑼獅象吼 종라사상후   

종과 징 소리는 사자 코끼리 우는 듯

梵貝法塵閑 범패법진한   

범패 소리 속에 법계는 한가한데

問爾波羅密 문이바라밀   

그대 바라밀에게 묻노니

何當脫鬼寰 하당탈귀환   

어찌하면 귀신 세상에서 벗어 날꼬

 

유점사(楡岾寺) : 금강산(金剛山)에 있었던 삼국시대 에 창건된 사찰. 금강산 4대 명찰의 하나로 일제 강점기 때는 31본산 중의 하나였으며 서기 4(유리왕23)에 창건되었다고 한다.

금강산 4대 명찰 : 유점사(楡岾寺), 장안사(長安寺), 표훈사(表訓寺), 신계사(神溪寺). 그러나

이 유명 절들은 한국전쟁시 불타 버리고 표훈사만이 남았다.

 

楡岾寺』 『유점사

坐山嘆樓 回望背岳 戲題此作 좌산영루 회망배악 희제차작                      

산영루에 앉아 산을 등지고 돌아보며 놀면서 이 시를 지었다.

   

九井峯懸十二瀑 구정봉현이십폭 

구정봉에 매달린 열두 폭포는

飛流直下少人堆 비류직하소인퇴 

날아 내려오는데 쌓는 사람은 없고

長刀剗却經天險 장도획각경천험 

긴 칼로 험준한 곳을 깎아 지었나

萬二千峯次第開 만이천봉차제개 

만이천봉이 차례로 펼쳐 지는구나

 

 

佛頂菴 觀月出불정암관월출

불정암에서  월출을 보며

樓閣飛朝蜄 누각비조진   

누각은 아침에 이무기가 오르는 듯하고

雲帆渡海僧 운범도해승   

구름 돛배엔 바다 건너는 스님 있네

暈生弦欲上 훈생현욕상   

달무리 생기고 초승달 떠오르려는데

蓮吐葉微昇 연토엽미승   

연꽃은 잎을 드러내며 조금씩 올라오네

紅紫迷朱匣 홍자미주갑   

붉은빛이 붉은 갑 속에 희미하더니

空明點佛燈 공명점불등   

하늘에 밝은 모습 불등을 켠 듯하고

爛銀千里鏡 난은천리경   

찬란한 은빛은 천리경에 비치는데

誰掛一天藤 수괘일천등   

누가 하늘에 지팡이 하나 걸어 놓았나

 

 

普德窟』 『보덕굴

 

銅柱琳宮白日邊 동주임궁백일변 

구리기둥 구슬궁궐 햇빛 가에 있고

亂峯如雪倚長天 난봉여설의장천

  눈처럼 어지러운 봉우리 하늘에 기대었네

眞仙倘住千尋窟 진선상주천심굴 

신선은 천 길 굴속에 마음대로 머물면서

仍我青鸞駕紫姻 잉아청란가자연 

나를 푸른 난새에 태워 구름 속을 날겠지

 

금강산(金剛山) 법기봉(法起峰) 만폭동에 있는 삼국시대 고구려의 승려 보덕이 창건한

사찰. 암자. 이 절은 깎아지른 벼랑의 돌출 부분 위에서부터 쇠사슬을 내려서 그 밑을

쇠기둥으로 버티었다. 그 쇠기둥 위로 판자를 얹고 판자의 다른 부분은 쇠사슬로 엮어

서 바위에 기대게 하였다.

 

  <2007년 가을  필자가 찍은 보덕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