苦熱 (고열) - 李敏求 (이민구)
苦熱 고열 李敏求 이민구
執熱臥南軒 집열와남헌
찌는 더위에 남쪽 마루에 누웠으니
晝長人氣煩 주장인기번
낮이 길어 사람이 괴롭기만 하구나
高雲依岫定 고운의수정
산봉우리에 높은 구름이 걸려 있고
赤日照江渾 적일조강혼
붉은 해가 온통 강물을 비추는구나
冷憶氷壺澈 냉억빙호철
병 속의 차가운 맑은 얼음 생각하니
淸思玉露繁 청사옥로번
흥건한 옥로의 청량함이 생각나네
隆炎乘老疾 융염승로질
심한 더위에 늙은이 병이 더해져서
旣夕轉昏昏 기석전혼혼
저녁 되니 정신이 혼미해지는구나
2
日馭懶行天 일어라행천
해를 몰아 느릿느릿 하늘 지나가니
羲和拋赤鞭 희화포적편
희화가 붉은 채찍질을 포기했구나
銷金傷積毀 소금상적훼
쇠를 녹이는 더위에 몸이 상해 가니
餐玉慕眞詮 찬옥모진전
옥가루 먹는 비결을 사모하게 되네
渴比林烏喘 갈비림오천
숲 속 숨찬 까마귀보다 목이 마르고
淸憐月兔眠 청련월토면
맑은 달에서 자는 토끼가 부럽구나
黃昏見螢火 황혼견형화
황혼 무렵에 반딧불은 보이지만
不敢映書編 불감영서편
감히 책을 비추어 읽지를 못하겠네
※羲和(희화) : 희화(羲和)는 해를 몰고 다닌다는 신화 속의 신이다.
※餐玉慕眞詮(찬옥모진전) : 찬옥(餐玉)은 선술(仙術)을 얻은 사람이 옥을 부수어 가루를 만들어서 밥처럼 복용한다는 데서 온 말이고, 진전(眞詮)은 참된 깨달음을 말하는데, 여기서는 신선이 되는 참된 비방(秘方)을 말한다. 즉 신선이 되어 더위를 물리치고 싶은 마음이다.
*이민구(李敏求, 1589~1670) : 조선시대 부제학, 대사성, 도승지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자시(子時), 호는 동주(東州) 관해(觀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