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流頭日湖堂宣醞 (유두일호당선온) - 奇大升 (기대승)

-수헌- 2025. 7. 2. 14:23

流頭日湖堂宣醞   유두일호당선온     奇大升   기대승  

유두날 호당에 선온을 하사하다

 

六月十五日 유월 십오일

유월 십오일 보름날을
俗號爲流頭 속호위유두

세상에서는 유두라고 부르네
流頭義無徵 유두의무징

유두의 뜻 증험할 수 없는데
傳說何謬悠 전설하류유

전설은 얼마나 터무니없는가
佳辰且可惜 가진차가석

좋은 때는 또한 아낄 만하나
行樂良有由 행락랑유유

행락은 좋은 이유가 있었네
一年此將半 일년차장반

지금이 한 해의 절반이 되니
陰陽相錯揉 음양상착유

음양이 서로 어울려 섞였고
天機催萬物 천기최만물

천기는 만물을 재촉하면서
日夜逝不留 일야서불류

밤낮으로 머물지 않고 가네
人生豈自覺 인생기자각

인생을 스스로 깨닫지를 못해
僶勉懷百憂 민면회백우

억지로 온갖 걱정 품고 있네
所以撰節名 소이찬절명

그래서 절기의 이름을 지어서
相延極遨遊 상연극오유

서로 이끌며 즐겁게 노는구나
家家餅餌香 가가병이향

어느 집이나 음식이 향기롭고
處處車馬蹂 처처거마유

곳곳에서 거마가 붐비는구나
幸蒙天上恩 행몽천상은

다행히 임금의 은혜를 입어서
致身來瀛洲 치신래영주

벼슬길에 올라 영주로 왔었네
碧水滿長湖 벽수만장호

푸른 물은 긴 호수에 가득하고
凉風動高樓 양풍동고루

높은 누각에 서늘한 바람 부네
整冠欽拜賜 정관흠배사

의관 정제한 뒤 공경히 절하고
列席集良儔 열석집양주

자리 펴고 좋은 벗들을 모으네
銀杯瀉紅露 은배사홍로

은 술잔에다 홍로주를 따르고
雕俎羅珍羞 조조라진수

조각한 도마에 진수를 벌렸네
醉飽泊恬靜 취포박념정

배불리 취하여 편안하게 머무니
偃仰何所求 언앙하소구

편히 지내며 또 무엇을 구할까

但恨才不長 단한재불장

다만 모자란 재주가 한이 되고
又懼智不周 우구지부주

또 지혜가 넓지 못해 두렵구나
耗廩已難報 모름이난보

녹봉만 축내고 보답은 어려운데
霑廚尤莫酬 점주우막수

하사한 선온은 더욱 못 갚겠구나
兢息度餘生 긍식도여생

숨죽이고 살며 여생을 보내려니
桑楡疑可收 상유의가수

만년에 거둘 수 있을지 의심되어
寫詩示同僚 사시시동료

시를 써서 동료들에게 보이노니
其能爲我謀 기능위아모

나를 위해 꾀를 내줄 수 있을까

 

※湖堂(호당) : 조선 시대, 젊고 유능한 문관에게 휴가를 주어 오로지 학업을 닦게 하던 서재(書齋).

※宣醞(선온) : 예전에, 임금이 신하에게 술을 내리는 일이나 그 술을 이르던 말.

※致身來瀛洲(치신래영주) : 치신(致身)은 임금에게 몸과 명예를 바침, 즉 벼슬에 오름을 말한다. 영주(瀛洲)는 당 태종(唐太宗)이 문학관(文學館)을 열어 18명을 뽑아 특별히 우대하고 숙직하며 경전을 토론하게 하였는데, 이를 세상 사람들이 등영주(登瀛洲)라 하여 신선이 산다는 전설상의 산인 영주(瀛洲)에 오르는 것에 비기며 영광으로 여겼다 한다.

※偃仰(언앙) : 누웠다 일어났다 한다는 뜻으로, 일상생활을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을 이르는 말.

※桑楡(상유) : 인생의 만년(晩年)을 의미한다. 상유(桑楡)는 뽕나무와 느릅나무인데, ‘해 질 녘의 햇빛이 뽕나무나 느릅나무에 걸려 있다.’는 회남자(淮南子)의 구절에서 유래하여 서쪽, 또는 인생의 만년(晩年)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일설에는 뽕나무나 느릅나무는 집의 서쪽에 심기 때문에 서쪽이나 만년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고 한다.

 

*기대승(奇大升, 1527~1572) : 조선 전기 성균관 대사성, 대사간, 공조참의 등을 역임한 문신이며, 조선 유학의 전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주자학자. 자는 명언(明彦), 호는 고봉(高峯) 존재(存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