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觀德堂 望見村家打麥 (관덕당 망견촌가타맥) - 鄭元容 (정원용)

-수헌- 2025. 5. 15. 16:49

觀德堂 望見村家打麥 口吟十絶   관덕당 망견촌가타맥 구음십절     鄭元容   정원용  

관덕당에서 농가의 보리타작을 바라보며 입으로 절구 열 수를 읊다.

 

前秋穡功儉 전추색공검

지난해 가을걷이는 흉년이 들어서

村儲乏甖甁 촌저핍앵병

농촌에 비축한 항아리가 비었어도

農夫興嗣歲 농부흥사세

농부는 해를 이어 농사일 시작하려

穀雨方春耕 곡우방춘경

곡우가 되니 사방에서 봄갈이 하네

 

耕田播麥子 경전파맥자

밭을 갈고 보리 종자를 뿌렸더니

春凍勒抽芽 춘동늑추아

언 봄 땅에서 가까스로 싹이 돋아

孟夏方出土 맹하방출토

초여름이 되니 흙 위로 자라나서

幪幪帶雪華 몽몽대설화

눈을 쓴 것처럼 무성하게 덮였네

 

五月惜旱乾 오월석한건

오월에는 메마른 가뭄이 걱정이고

六月愁陰霧 육월수음무

유월에는 습한 안개가 근심스럽고

中庚穗如垂 중경수여수

중복 무렵에 벼 이삭이 익을 텐데

嚇嚇釋憂懼 혁혁석우구

근심이 풀려서 껄껄대며 웃는구나

 

山田手摘靑 산전수적청

산밭에서는 손으로 풋보리를 따고

野田刈成束 야전예성속

들밭에서는 베어서 단으로 묶어서

四隣出牛車 사린출우차

사방 이웃이 소달구지로 실어내고

肩機輸不足 견기수부족

어깨로 져 날라도 일손이 부족하네

 

健夫鎌如飛 건부겸여비

장정들이 나는 듯이 낫 질을 하니

少婦筐已盈 소부광이영

벌써 젊은 아낙 광주리에 가득하고

揮打粒如雨 휘타립여우

타작하니 알곡이 비처럼 쏟아져서

須臾積圃塲 수유적포장

잠깐 사이 타작마당에 쌓이는구나

 

彭彭復腷腷 팽팽부픽픽

휭휭 휘두르고 다시 탁탁 치면서

前聲應後聲 전성응후성

앞소리와 뒷소리가 서로 이어지네

樂在終歲飽 낙재종세포

일 년 내내 배부름에 낙이 있는데

寧辭肩臂頳 영사견비정

팔뚝이 볕에 타는 것을 마다하랴

 

村碓夜舂急 촌대야용급

마을 방아는 밤까지 절구질 바쁘고

昨打今已飧 작타금이손

어제 타작해서 오늘 밥을 해 먹네

飯高匙列椀 반고시열완

고봉밥 그릇 옆에 숟가락이 놓였고

酒溢匏泛盆 주일포범분

바가지 띄운 동이에는 술이 넘치네

 

老翁扶杖觀 노옹부장관

늙은이는 지팡이 짚고 바라보고

穉兒藉藁眠 치아자고면

어린아이는 짚을 깔고 잠들었네

狗蹲鷄行啄 구준계행탁

개가 웅크리고 닭은 쪼며 다니고

籬樹籠夕烟 이수농석연

울타리는 저녁 짓는 연기에 싸였네

 

計斛輸賦稅 계곡수부세

세금으로 보낼 곡식을 계량하고

把斗市魚鹽 파두시어염

물고기와 소금 살 것을 가늠하며

新晴望原野 신청망원야

산뜻하게 개인 들판을 바라보니

黍粟又豐占 서속우풍점

기장과 조 또한 풍년이 점쳐지네

 

曰汝農夫慶 왈여농부경

말하자면 그대들 농부의 경사이고

適我爲吏時 적아위리시

우리 벼슬아치에도 좋은 때로구나

縱愧張堪政 종괴장감정

정사를 펼침에 부끄럽기도 하지만

樂亦不可支 낙역불가지

즐거움 또한 헤아릴 수가 없구나

 

*정원용(鄭元容, 1783~1873) : 조선 후기 좌의정, 중추부 판사, 영의정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선지(善之), 호는 경산(經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