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麥秋賦 (맥추부) - 李崑秀 (이곤수)

-수헌- 2025. 5. 13. 10:06

麥秋賦 課試比較 丙午   맥추부 과시비교 병오     李崑秀   이곤수 

보릿가을의 노래. 과시용으로 비교하였다. 병오년.  

 

槐陰濃而薰飈 괴음농이훈표

홰나무 그늘 짙어지니 훈풍이 불어오고

聲在樹而凝淸 성재수이응청

나무에서 이는 바람소리 더욱 맑아지네

朱明届而按節 주명계이안절

여름에 이르러서 여유롭게 다니다 보니

黃鳥鳴而媚陽 황조명이미양

꾀꼬리가 울어대고 햇볕이 아름답구나

 

是月也而麥黃 시월야이맥황

이 달이 곧 보리가 누렇게 익는 달이니

別有曆於農家 별유력어농가

농가에서는 달력에 따로 표시해 두었네

撟兩歧之垂穎 교량기지수영

위로 갈라진 두 줄기에 이삭이 드리워서

認一氣之如秋 인일기지여추

단숨에 결실의 기운을 느끼게 하는구나

 

三秋後而滌塲 삼추후이척장

아홉 달 지난 뒤에 타작마당을 청소하니

麥四月而爰採 맥사월이원채

사월이 되어 보리를 수확할 때가 되었네

經大冬而托根 경대동이탁근

겨울을 지나며 굵어지고 뿌리를 내리더니

歷陽春而吐穗 역양춘이토수

따뜻한 봄을 지나며 이삭을 드러내는구나

 

瞻靑靑之在陵 첨청청지재릉

언덕에 있는 푸르고 푸른 보리 바라보니

最靈秀於百糓 최령수어백곡

백곡 중에서 가장 빼어나고 신령스럽구나

時南郊之司令 시남교지사령

때는 남쪽 들판을 맡아 다스리는 때이니

乍玉宇之澄廓 사옥우지징곽

잠깐 사이 하늘은 맑고 넓게 툭 트였구나

 

黃梅潤而辟暑 황매윤이피서

누런 매실이 윤이 날 때 더위를 피하려고

細葛飄而迎凉 세갈표이영량

고운 베옷 바람에 날리며 서늘함을 맞네

微風颯而夕起 미풍삽이석기

저녁 무렵 미풍이 소리 내며 일어나 부는

是何氣於北窻 시하기어북창

북쪽 창에 일어나는 이 기운은 무엇인가

 

無白露之滴堦 무백로지적계

섬돌에 떨어진 흰 이슬방울도 없는데

忽黃雲之遍野 홀황운지편야

홀연 누런 구름처럼 들판에 깔렸구나

鳴蜩亦其喞喞 명조역기즐즐

매미 또한 찌륵 찌륵 처량하게 울고

怳蟋蟀之入戶 황실솔지입호

귀뚜라미 집안에 들어온 듯해 놀라네

 

農謳歇於四郊 농구헐어사교

사방 들판에서 농요 부르며 쉬었다가

繄幪幪之是穫 예몽몽지시확

검붉게 덮인 것을 바로 거두어야겠네

畦蔥香而午炊 휴총향이오취

파 냄새나는 밭둑에서 점심밥 지으며

園葵熟而朝摘 원규숙이조적

밭에서 아침에 따온 푸성귀를 익히네

 

麥斯時而登塲 맥사시이등장

그 때에 보리를 타작마당에 들여오니

謂之秋也亦宜 위지추야역의

가을이라 말하는 것 또한 마땅하구나

非葭灰之測候 비가회지측후

계절을 측정하는 갈대 재도 아니고

異井梧之先秋 이정오지선추

가을을 알리는 우물가 오동과 다르네

 

西天映以大火 서천영이대화

서쪽 하늘에는 대화성이 떠 있어서

定授衣於何時 정수의어하시

겨우살이 준비할 때인 줄 알았는데

蒸雲堆而不流 증운퇴이불류

더운 구름 쌓여서 흩어지지 않으니

語其時則南維 어기시칙남유

말하자면 그 때가 바로 여름이구나

 

乘大麥之告登 승대맥지고등

보리를 타작마당에 올린다는 소식에

得素秋之流輝 득소추지류휘

마치 가을이 온 듯한 생각이 들었네

時尙遠於鴈過 시상원어안과

아직 기러기가 지나갈 때는 멀었으나

工已訖於兕稱 공이흘어시칭

농사일은 저울질로 이미 끝을 맺었네

 

丘有麥而克秀 구유맥이극수

언덕에는 보리가 잘 익고 풍년들어서

奄已觀乎西成 엄이관호서성

가을의 수확 철을 보는 듯하구나

收登地而爽塏 수등지이상개

타작마당을 시원하게 정리하고 나니

雖非秋而亦秋 수비추이역추

비록 가을이 아니라도 가을철 같구나

 

農人告余秋及 농인고여추급

농부들이 나에게 가을이 왔다고 알리며

指綠浪曰黃華 지록낭왈황화

푸른 보리밭을 가리켜 황금꽃이라 하네

曾三白而驗豐 증삼백이험풍

이미 삼백을 체험하여 풍년이 들었으니

節何待於納稼 절하대어납가

어찌 거두어 들일 계절을 기다리겠는가

 

先禾麻而發穎 선화마이발영

벼와 삼보다 먼저 이삭이 돋아 나오니

嘉我麥之旣茂 가아맥지기무

상서로운 우리 보리가 이미 무성해지고

徵上瑞於蟈鳴 징상서어괵명

길조를 나타내는 청개구리가 울어대니

導金神於鶉火 도금신어순화

금신이 보리를 수확할 오월로 인도하네

 

瞻夏畦之有菀 첨하휴지유울

여름 논둑을 바라보니 잡초가 무성하고

尙未了於耘耔 상미료어운자

아직도 논갈이를 다 마치지 못했는데

前村歌以打麥 전촌가이타맥

앞마을에서는 보리타작 노래가 들리고

麥畒外則皆夏 맥묘외칙개하

보리밭을 벗어나면 모두가 여름이구나

 

繽上田與下田 빈상전여하전

윗배미 아랫배미 할 것 없이 무성하여

宛颯颯有秋意 완삽삽유추의

바람 소리에 홀연 가을 정취 완연하여

歌土鼓而賽神 가토고이새신

토지 신에게 노래와 북소리를 올리니

秋一番而又至 추일번이우지

가을이 다시 한번 더 다가온 듯하구나

 

※按節(안절) : 사전적 의미로는 ‘한 방면을 맡아 다스리는 관찰사의 직무를 수행함’ 또는 ‘그 직무를 수행하는 자’로 나오는데, 말을 탈 때 채찍질을 조절하며 다닌다는 의미로 관리가 지방을 순시하거나 지방관으로 부임하는 경우를 말한다. 여기서는 단순히 여유롭게 다닌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兩岐(양기) : 보리 이삭이 두 갈래가 지는 것을 말하는데, 풍년의 징조라고 한다. 한 나라 때 장감(張堪)이 어양 태수(漁陽太守)로 가서 백성에게 농사를 가르쳐 해마다 풍년이 드니 백성들이 노래하기를, ‘뽕나무는 붙은 가지가 없고 보리 이삭은 두 갈래가 졌네, 장태수가 정사를 하니 즐거움이 한량없네. [桑無附枝 麥穗兩岐 張君爲政 樂不可支]” 한 데서 온 말이다,

※三秋(삼추) : 아홉 달, 가을[秋]은 맹추(孟秋) 중추(仲秋) 계추(季秋)의 삼 개월이고, 삼추(三秋)이니 아홉 달이다. 보리는 가을에 파종하면 아홉 달 만에 수확을 하게 된다.

※時南郊之司令(시남교지사령) : 오행에서 남(南)은 화기(火氣)이고, 계절은 여름에 해당하기에 때는 여름이 되었다는 의미이다.

※玉宇(옥우) : 천제(天帝)가 사는 집이라는 뜻으로 하늘을 이르는 말.

※朱明(주명) : 태양이 붉게 빛난다는 뜻에서 여름을 달리 이르는 말.

※葭灰(가회) : 옛날에는 가부(葭莩; 갈대 잎 속의 작은 막)를 태워 그 재를 율관(律管; 음악에서 율여를 측정하기 위한 관)에 넣어두고 그 날리는 모습[管灰飛]을 보고 절후를 점쳤다고 한다.

※大火(대화) : 대화(大火)는 이십팔 수의 다섯째 별자리에 있는 별들인 대화성(大火星), 즉 심성(心星)을 말하는 것으로 음력 칠월이 되면 그 별이 서쪽으로 흐른다고 한다. 즉 가을이 온다는 의미이다.

※授衣(수의) : 겨울옷이나 겨우살이를 준비함. 고대 중국에서 9월에 겨울옷을 주었다는 데에서 유래하여 음력 9월의 다른 이름.

※工已訖於兕稱(공이흘어시칭) : 시(兕)는 외뿔 소라는 의미이나, 형상(形狀)을 가차(假借)하여 되[升]나 말[斗] 같은 도량형의 기구라는 견해도 있고, 칭(稱)도 ‘저울질하다’, ‘무게를 달다’라는 뜻이 있다. 따라서 ‘工已訖於兕稱’는 ‘농사일을 마치고 이제 곡식을 재고 있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南維(남유) : 남녘 또는 남쪽의 붉은 별, 여름 해.

※西成(서성) : 가을에 익은 농작물을 거두어들이는 일을 이르는 말. 가을걷이. 추수.

※三白(삼백) : 동지 이후 세 번째 술일(戌日)에 지내는 제사를 납제(臘祭)라 하는데, 이 납제를 지내기 전까지 세 차례 눈이 내리면 풍년이 든다고 한다. 이것을 납전삼백(臘前三白)이라고도 한다.

※導金神於鶉火(도금신어순화) : 금신(金神)은 서방(西方) 가을을 관장하는 신이고, 순화(鶉火)는 음력 5월에 남쪽 밤하늘에 나타나는 별자리의 이름으로 음력 5월의 이칭이다. 석문(釋文)에, ’오월(午月)에는 해와 달이 순화(鶉火)에 모인다‘ 고 하였는데, 오월(午月)은 5월을 의미하므로 순화가 5월의 이칭이 된 것이다. 곧 보리를 수확할 5월이 되었다는 의미이다.

※土鼓(토고) : 중국 주나라 때에 쓰던 타악기로 흙을 구워 만든 틀에 가죽을 대었으며, 풀을 묶어 만든 북채로 친다.

 

*이곤수(李崑秀, 1762~1788) : 조선 후기 규장각 대교, 시강원 설서, 평안도 어사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성서(星瑞), 호는 수재(壽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