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淸明節 (청명절) - 李穡 (이색)

-수헌- 2025. 4. 2. 10:05

淸明節   청명절     李穡   이색  

風日淸明應曆書 풍일청명응력서

절기에 꼭 알맞도록 일기가 청명하니

宣流和氣謝堪輿 선류화기사감여

화기를 유포한 하늘과 땅에 감사하네

暮春成服携童冠 모춘성복휴동관

늦은 봄에 봄옷 입고 관동과 어울리면

自比時雍尙有餘 자비시옹상유여

스스로 시옹과 견주어 오히려 남으리

 

放曠何曾畏簡書 방광하증외간서

호탕한 내가 어찌 간서가 두려우랴만

時時扶醉在籃輿 시시부취재람여

때때로 남여에 의지하여 취해 있다네

踏靑未識誰招喚 답청미식수초환

답청 놀이에 누가 날 부를지 모르는데

酒禁傳言數日餘 주금전언수일여

수일 전에 금주령 내렸다고 전해오네

 

幾年春雁欲投書 기년춘안욕투서

몇 해 봄을 기러기에 서신 부치려 했으나

長白山光照乘輿 장백산광조승여

장백산 빛은 응당 승여를 비추고 있구나

夢裏鑾坡芳草綠 몽리란파방초록

꿈속의 한림원에는 향기로운 풀 푸르던데

上林花石劫灰餘 상림화석겁회여

상림원의 꽃과 돌은 난리 겪은 뒤 같구나

 

※堪輿(감여) : 만물을 포용하며 싣고 있는 물건이라는 뜻으로, 하늘과 땅을 이르는 말.

 

※暮春成服携童冠(모춘성복휴동관) : 공자(孔子)가 여러 제자들에게 각각 자신들의 뜻을 말하라 [言志] 하였을 때, 모두 자기의 정치적 포부를 이야기하는데 증점(曾點)만 ‘늦은 봄에 봄옷이 완성되면 대여섯 명 어른, 예닐곱 아이들을 데리고 기수(沂水)에 가서 목욕하고 무우(舞雩)에 가서 바람 쐬고서 시를 읊다가 돌아오겠다. [暮春者 春服旣成 冠者五六人 童子六七人 浴乎沂 風乎舞雩 詠而歸]’ 한 말을 유독 칭찬하였다는 고사(故事)를 인용하였다.

 

※時雍(시옹) : 서경(書經) 요전(堯典)에 ‘백성들이 변화하여 화목해졌다. [黎民於變時雍]’는 데서 온 말로, 전하여 태평성대를 의미한다.

 

※簡書(간서) : 죽간(竹簡)에 적은 글이란 뜻으로, 군주의 명령 공문(公文)의 의미가 있다.

 

※籃輿(남여) : 남여는 대를 엮어서 만든 가마인데, 진(晉) 나라 도잠(陶潛)이 평소 다리 병[脚疾]이 있어 항상 한 문생(門生)과 두 아들로 하여금 남여를 메게 하고는 가는 곳마다 흔연히 술을 마셨다고 한다.

 

※鑾坡(난파) : 한림원(翰林院)의 별칭으로, 조선조에서는 예문관이나 홍문관을 의미한다. 당 나라 때 한림원(翰林院)이 금란전(金鑾殿) 옆의 금란파(金鑾坡)에 있어서 이렇게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