踏靑歌一首 (답청가일수) - 李穡 (이색)
踏靑歌一首 僕與柳巷皆領兒子 답청가일수 복여류항개령아자 李穡 이색
답청가 한 수. 나와 유항 모두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
東門沙水淸 동문사수청
동문에 깔린 모래와 물빛이 맑고
東門山色明 동문산색명
동문에 산색이 밝게 비치는데
臺巖之北斷山平 대암지북단산평
깎아지른 대암 북쪽 산 평탄한 곳에는
遙憐草色浮新晴 요련초색부신청
비 개인 뒤 멀리 뜬 풀빛이 어여쁘구나
今年三月又三日 금년삼월우삼일
오늘은 바로 삼월 하고도 삼짇날이니
盍往觀乎舒我情 합왕관호서아정
어찌 가서 보고 회포를 풀지 아니할까
我嘗潛心時雨化 아상잠심시우화
나 예전 잠심하여 시우의 교화를 받으며
發榮滋長如春生 발영자장여춘생
봄철에 나서 무럭무럭 자라듯 하였는데
中爲物欲所椓喪 중위물욕소탁상
중간에 그만 물욕의 해침을 받게 되어서
雖有耳目聾而盲 수유이목롱이맹
비록 눈과 귀 있어도 귀 먹고 눈멀었네
所以自暴與自棄 소이자폭여자기
그런 까닭으로 자포자기하고 말았으니
如撥根本焦芽萌 여발근본초아맹
뿌리 뽑히고 싹도 모두 타 버린 듯하네
念之朝夕五內熱 염지조석오내열
생각하면 아침저녁 속으로 애만 태울뿐
年過知命迷明誠 연과지명미명성
오십 넘은 나이에도 명성의 길을 헤매었네
草之生兮夫何時 초지생혜부하시
초목이 싹터 자라나는 지금이 어떤 때인가
天之仁兮方流行 천지인혜방류행
하늘의 자애가 사방으로 흘러가는 때구나
我之衰兮鬢髮白 아지쇠혜빈발백
나는 귀밑머리 하얗도록 몸이 늙었지마는
携姻婭兮集群英 휴인아혜집군영
동행한 인아들은 영재들이 모두 모였구나
盤飡樽酒列左右 반손준주렬좌우
소반에 음식과 술동이를 좌우에 벌여놓고
談笑意氣何崢嶸 담소의기하쟁영
담소하는 의기가 얼마나 위풍이 당당한가
草微抽兮新茁 초미추혜신줄
땅을 뚫고 솟아오르는 저 어린 새싹들아
不敢蹴踏擧趾輕 불감축답거지경
감히 짓밟으며 행동거지 함부로 하지마라
一團和氣發動處 일단화기발동처
일단의 화평한 기운이 일어나는 이곳에서
胡不游衍元而亨 호불유연원이형
하나 된 만물과 어찌 놀며 즐기지 않을까
長安會稽兩寂寞 장안회계량적막
장안과 회계도 두 곳 다 적막하기만 하니
詩篇筆陣空留名 시편필진공류명
시편과 필진의 이름만 부질없이 남았구나
※柳巷(유항) : 고려말의 문신인 한수(韓脩,1333~1384). 자는 맹운(孟雲), 호는 유항(柳巷). 목은(牧隱) 이색(李穡)과 친했으며 초서와 예서를 잘 썼다고 한다.
※潛心時雨化(잠심시우화) : 잠심(潛心)은 어떤 일에 대해 마음을 가라앉히고 깊이 생각함을 말하고, 시우화(時雨化)는 제때 내리는 단비처럼 성인의 가르침을 뜻하는 말이다.
※明誠(명성) : 유가(儒家)에서 말하는 하늘과 사람의 도를 가리킨다. 중용장구(中庸章句)에 ‘하늘의 참됨으로 말미암아 인간이 밝아지는 것을 성이라 하고, 인간이 밝아짐으로 말미암아 하늘의 참됨을 회복하는 것을 교라고 하니, 참되면 밝아지고 밝아지면 참되게 되는 것이다. [自誠明 謂之性 自明誠 謂之敎 誠則明矣 明則誠矣]’라는 말이 나온다.
※姻婭(인아) : 사위 집 쪽의 사돈 및 남자 쪽의 동서 간을 두루 이르는 말. 인(姻)은 인척관계의 뜻으로 사돈을 뜻하며 아(婭)는 동서(同壻)를 뜻한다,
※長安會稽(장안회계) : 삼월 삼짇날 답청하며 즐긴 중국의 명소를 가리킨다. 두보(杜甫)의 시 여인행(麗人行)의 첫머리에 ‘삼월 삼짇날 날씨도 맑게 어 장안 물가에 미인들 많이도 놀러 나왔네. [三月三日天氣新 長安水邊多麗人]’라는 구절이 있고, 진(晉) 나라 왕희지(王羲之)가 삼짇날에 회계산(會稽山) 북쪽 물가에서 난정계사(蘭亭稧事)를 열고 유명한 난정서(蘭亭序)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