嶺南樓와 密陽

월연대십이경(月淵臺十二景)

-수헌- 2021. 4. 14. 16:12

지난달 영남루를 찾으니 파산(巴山) 김제윤(金濟潤)의 시 월연대십이경(月淵臺十二景)이 배너로 전시되고 있었다. 얼마 전에 서거정 선생의 밀양10경(密陽十景)을 본란에 소개한 바 있고, 금시당십이경(今是堂十二景)도 소개한 바 있는데 파산(巴山) 김제윤(金濟潤)의 월연대십이경(月淵臺十二景)과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 소개한다.

 

澄潭霽月 징담제월

맑은 물에 비친 비 개인 뒤의 달

水月痕痕本色澄 수월흔흔본색징

물속의 달은 흔들려도 본색은 맑은데

天維地軸镜中凝 천유지축경중응

위아래 하늘땅이 거울 속에 엉겼네.

源頭活處金波漾 원두활처금파양

물 흐르는 근원에 금물결 일렁이니

心骨泠然一片氷 심골영연일편빙

심신이 얼음조각처럼 차갑게 깨우치네

 

赤壁光風 적벽광풍

적벽의 맑은 바람

層巖江上立叢叢 층암강상립총총

강 위에 겹겹이 선바위가 빼곡한데

染得臙脂面面同 염득연지면면동

연지를 얻어 발라 면면이 똑 같네

何待蘇僊遊七月 하대소선유칠월

동파의 칠월 놀이를 어찌 기다리랴

詠歸時灑舞雩風 영귀시쇄무우풍

시 읊고 돌아올 때 무우에 바람 흩어지네

蘇僊遊七月(소선유칠월): 소동파(蘇東坡)가 적벽에서 놀며 적벽부를 지은 것이 1082년 7월이었다. 따라서 중국의 적벽에 비유한 것이다.

舞雩(무우);전국시대 노나라 군주가 기우제를 지냈던 명소. 공자가 일찍이 제자들에게 포부를 물었을 때 모두 정치에 뜻을 두고 대답하였으나 증점(曾點)만은 "대여섯 명 친구들과 동자 예닐곱 명과 기(沂)에서 목욕하고, 무우(舞雩)에서 바람 쐬고, 시 읊고 돌아오겠습니다."라고 하자 공자가 찬탄하였다는 고사에서 유래한다.

 

龍岡修竹 용강수죽

용두 언덕의 장대 숲

環江逐逐狀飛龍 환강축축상비룡

돌아가는 강 따라 날아가는 용의 모습

長為名樓水口對 장위명루수구대

오랫동안 영남루를 물 어귀에서 마주하네

粧點誰移淇澳種 장점수이기욱종

그 누가 푸른 기욱대를 옮겨 심었는지

參天翠色一山籠 참천취색일산롱

하늘 찌를 듯 푸른빛이 온 산에 가득하네

※淇澳(기욱) : 푸른 대나무. 시경(市經) 위풍(衛風) 기욱편(淇澳篇)에 ‘저 기수 굽어진 곳 바라보니 푸른 대나무 무성 하구나 [瞻彼淇澳 綠竹猗猗;첨피기오 녹죽의의]’란 시구(詩句)가 있어 푸른 대나무를 상징한다.

 

虎灘長橋 호탄장교

범 여울의 긴 다리

傍虎巖頭揭厲灘 방호암두게려탄

범바위 머리 곁에 흐르는 거센 여울

源流浩浩噴成端 원류호호분성단

넓고 거세게 끝까지 잇닿아 흐르네

年年十月徒杠就 연년시월도강취

해마다 시월이면 다리를 만들어서

除却行人病涉嘆 제각행인병섭탄

건너는 행인들 어려움을 없애 주네

 

梨淵漁笛 이연어적

배나무소의 어부 피리소리

晩風新雨水淵淵 만풍신우수연연

저물녘 비바람에 물이 깊고 깊어지니

無數銀鱗牣躍荃 무수은린인약전

무수한 은빛 고기 통발 가득 펄떡이네

釣叟不勝清適興 조수불승청적흥

고기 잡는 늙은이가 제 흥에 못 이기어

月中漁笛弄寒煙 월중어적농한연

달빛 속 부는 피리 찬 물안개 희롱하네

 

 

柏谷樵謳 백곡초구

백곡(잣나무골) 초동의 노랫소리

滿山松柏夕陽收 만산송백석양수

산에 가득한 송백에 석양이 깔리고

雲外樵童斷續謳 운외초동단속구

구름 밖 초동 노래 끊일 듯 이어지네

榾柮堆庭仍鼓腹 골돌퇴정잉고복

땔나무 마당에 쌓고 배를 두드리니

樂豐牛背亦風流 락풍우배역풍류

소 등에서 즐기는 풍년 또한 풍류라네

 

妓巖紅花 기암홍화

기생 바위의 백일홍

紅妓何年落此巖 홍기하년락차암

어느 해 예쁜 기녀 이 바위에 내려와

嬋娟色態舞莚參 선연색태무연참

연회에서 춤추며 고운 자태 뽐내었지

芳魂化作花神久 방혼화착화신구

아름다운 넋 꽃이 되어 변하지 않고

白日紅葩映碧潭 백일홍파영벽담

백일 간 붉은 꽃을 푸른 못에 비치네

 

 

琴郊黃雲 금교황운

거문고 같은 들판의 황금물결

民事春耕與夏耘 민사춘경여하운

백성 일 봄엔 갈고 여름엔 김매는데

琴形沃野隔江分 금형옥야격강분

거문고 같은 기름진 들 강으로 나뉘네

霜天百穀皆黃熟 상천백곡개황속

서리 내려 온갖 곡식 누렇게 익으니

一色茫茫萬頃雲 일색망망만경운

아득한 만이랑 구름처럼 한 빛깔 일세

 

 

羊場暮雨 양장모우

양목장의 저녁 비

纍石臺前一牧場 유석대전일목장

돌로 층층이 쌓인 누대 앞의 한 목장에

主人朝暮坐看羊 주인조모좌간양

주인이 하루 종일 앉아 양을 지켜보네

斜陽一陣知時雨 사양일진지시우

저물녘 때맞춰 한 차례 비가 지나가자

洗出前山本面蒼 세출전산본면창

비에 씻긴 앞산 얼굴 푸르게 드러 내네

 

鶯峀朝霞 앵수조하

꾀꼬리 봉의 아침 안개

縹緲前峯露似鶯 표묘전봉로사앵

아득한 앞 봉우리 꾀꼬리 모습 닮았는데

雲含朝日滿簾橫 운함조일만렴횡

아침 해 품은 구름 발처럼 가득 걸쳤네

風來鏡面纖塵淨 풍래경면섬진정

바람 불어 거울 위의 가는 티끌 씻어내자

爽氣初昇萬壑盈 상기초승만학영

상쾌한 기운 올라와 온 골짝에 가득하네

 

白石垂約 백석수조

흰 바위의 낚시질

灘流清淺釣緡垂 탄류청천조민수

맑고 얕은 여울에 낚싯줄 드리우니

明月欹簑白石湄 명월의사백석미

밝은 달이 백석 물가를 비추네

漁叟元來惟取適 어수원래유취적

늙은 어부 처음부터 적시에 취하려고

手中長物一竿持 수중장물일간지

손에는 긴 낚싯대 줄곧 쥐고 있네

 

前江漁火 전강 어화

앞 강의 고기잡이 불

夜火長洲點點明 야화장주점점명

긴 모래섬에 밤 불빛이 점점이 밝은데

漁磯猶帶子陵名 어기유대자릉명

낚시터는 오히려 자릉이라 이름 하네

滄江一曲晴溪月 창강일곡청제월

굽이치는 푸른 강 맑은 내에 달이 뜨니

白烏雙雙影共清 백조쌍쌍영공청

쌍쌍이 나는 백조 그림자도 함께 맑네

 

子陵(자릉) : 동한(東漢, =후한) 시대의 은둔지사(隱遁之士)인 엄광(嚴光;BC.39 ~ AD.41), 子陵은 엄광의 자. 동한을 세운 광무제(光武帝) 유수(劉秀)의 절친한 친구로, 유수가 군사를 일으켰을 때 그를 도왔으나 그가 황제에 즉위하자 이름을 바꾸고 부춘산(富春山)에 은거했다. 훗날 광무제가 그를 불렀으나 나오지 않고 낚시로 소일하였으며 후세 사람들은 부춘산을 ‘엄릉산(嚴陵山)’으로 부르고, 그가 낚시하며 앉았던 돌을 ‘엄자릉조대(嚴子陵釣臺)’로 불렀다.

영남루앞 마당에 전시된 월연대십이경 배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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