次東坡韻 (차동파운) - 申欽 (신흠)
次東坡韻 차동파운 申欽 신흠
동파의 운에 차하다
誰謂城市喧 수위성시훤
누가 성시를 시끄럽다고 하는가
我居正對山 아거정대산
내 사는 곳은 산을 바로 마주하고
解職無拘束 해직무구속
관직에서 물러나 구속됨이 없으니
足以娛歲年 족이오세년
족히 세월을 즐겁게 보낼 만하네
往哲有微言 왕철유미언
옛 현인들의 뜻깊은 말에 이르길
魚不可脫淵 어불가탈연
고기는 못을 떠날 수 없다 했는데
桔槹誠可恥 길고성가치
길고가 되기는 참으로 부끄러우니
未老當歸田 미노당귀전
늙기 전 응당 전원으로 돌아가야지
歸田至樂存 귀전지락존
전원에 돌아가면 마침내 낙 있으니
傍水屋數間 방수옥수간
시냇물 곁의 두어 칸 집에 살면서
圖書在我傍 도서재아방
나의 곁에는 책과 그림이 있고
花竹在我前 화죽재아전
나의 앞에는 꽃과 대가 있으니
塵垢日以遠 진구일이원
세상의 먼지와 때는 날로 멀어지고
滿目皆雲煙 만목개운연
모든 운연이 눈에 가득히 들어오네
沖挹見昭曠 충읍견소광
밝고 광대한 것을 보고 겸손해지니
行止免疾顚 행지면질전
하는 일들이 실패를 면하겠구나
矢心諒已素 시심양이소
마음속의 다짐은 이미 이루었으니
晩計詎徒然 만계거도연
만년의 계획이 어찌 공연한 것일까
千載二疏公 천재이소공
천 년의 세월 동안에 두 소공만이
卓哉大夫賢 탁재대부현
우뚝하게 뛰어난 어진 대부로구나
※桔槹(길고) : 물을 퍼내는 용두레. 용두레는 사람이 당기면 올라가고 놓아두면 내려가서 사람의 당김을 받을 뿐이므로, 전하여 사람이 유유자적하지 못하고 세속에 얽매어 사는 것을 비유한다.
※歸田(귀전) : 전원(田園)으로 돌아간다는 뜻으로, 도연명(陶淵明)이 귀거래사(歸去來辭)와 귀원전거(歸園田居)를 쓴 이후로 벼슬을 내놓고 고향(故鄕)에 돌아가 농사(農事) 지음을 뜻한다.
※雲煙(운연) : 구름과 안개를 아울러 이르는 말로, 운치(韻致) 있는 풍경을 의미한다.
※行止免疾顚(행지면질전) : 행지(行止)는 몸을 움직여서 하는 모든 동작이나 행동, 또는 품행이나 일을 처리하는 방법을 말하고, 질전(疾顚)은 빨리 넘어짐, 또는 실패한다는 의미이다.
※二疏公(이소공) : 한(漢) 나라 때의 소광(疏廣)과 소수(疏受) 두 사람을 합칭한 말이다. 소수(疏受)는 소광(疏廣)의 조카인데 같은 때에 소광은 태자태부(太子太傅)가 되고 소수는 태자소부(太子少傅)가 되었다가 이 관직에 있은 지 5년 만에 부귀영화를 경계하여 함께 사임하고 고향으로 돌아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