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헌- 2025. 1. 28. 13:57

雪竹  설죽  

春竹吾亦愛 춘죽오역애

봄 대나무를 내가 매우 좋아함은

靑蔥多惡植 청총다오식

어디에 심어도 푸르기 때문이고

夏竹吾亦愛 하죽오역애

여름 대나무 역시 좋아하는 것은

兄草生邊幅 형초생변폭

형초가 가장자리에 자라서이네

最愛霜雪辰 최애상설진

눈서리 내린 때를 가장 좋아하니

猗猗含晩綠 의의함만록

늦도록 푸른 빛 머금어 아름답고

嚴風震天地 엄풍진천지

혹독한 바람이 천지를 흔들어서

殺氣凋萬木 살기조만목

살기가 모든 나무를 시들게 해도

疏枝不受寒 소지불수한

성근 가지는 추위를 타지 않구나

密葉冒滕六 밀엽모등륙

등륙을 무릅쓰고 잎은 빽빽하고

不變蒼蒼色 불변창창색

푸르고 푸른색은 변하지 않으니

松栢豈云獨 송백기운독

어찌 송백만이 홀로 푸르다 할까

自家春四時 자가춘사시

내 집에 사계절의 봄이 돌아와서

陽和生碧玉 양화생벽옥

봄기운이 벽옥처럼 생겨나더라도

烈似餐雪翁 열사찬설옹

충절은 눈을 먹고 산 소무와 같고

淸如採薇叔 청여채미숙

청렴은 고사리 캐는 숙제와 같으니

向使天無冬 향사천무동

만약 하늘이 겨울을 없애버렸다면

吾終不知竹 오종부지죽

나는 대나무를 모르고 죽었으리라

 

※兄草(형초) : 먼저 난 대나무를 말한다. 죽순이 대밭 가운데 자라는 형상을 표현한 듯.

※餐雪翁(찬설옹) : 한무제(漢武帝) 때의 충신 소무(蘇武)를 말한 듯하다. 소무(蘇武)는 한무제(漢武帝) 때 흉노에 사신으로 갔다가 체포되어 항복을 강요받았다. 흉노의 선우(單于)가 소무를 귀순시키려고 움집 속에 감금하고 음식을 주지 않았으나, 소무는 내리는 눈을 먹고 사는 등 고생을 하면서도 끝내 굽히지 않고 19년이나 억류 생활을 했다. 이는 대나무를 소무(蘇武)의 절개에 비유하였다.

※採薇叔(채미숙) : 은(殷)나라를 정벌한 주 무왕(周武王)의 부당함에 반발하여 수양산(首陽山)에 들어가 고사리를 캐 먹다 죽은 백이 숙제(伯夷叔齊)를 말한다.

 

 

有感   유감  

鸚鵡閉雕籠 앵무폐조롱

앵무새는 새장에 갇혀있어도

啾啾思鄧林 추추사등림

등림을 그리워 하면서 울고

蒼鷹坐錦蕭 창응좌금소

푸른 매는 팔찌에 앉았어도

蕭瑟雲霄心 소슬운소심

시원한 구름 가를 날고 싶네

伊人類不幸 이인류불행

운이 없는 저 무리의 사람들은

獨居傷幽襟 독거상유금

마음이 상해 홀로 숨어 지내며

長歌愬明月 장가소명월

긴 노래로 밝은 달에 호소하고

促柱揮瑤琴 촉주휘요금

줄을 졸라매어 거문고를 타네

孤鸞驚別鶴 고난경별학

난새가 학을 떠나니 홀로 놀라

自鼓還自吟 자고환자음

스스로 읊으며 거문고 타는데

伯牙沒已久 백아몰이구

백아가 죽은 지 이미 오래되어

擧世無知音 거세무지음

온 세상에 알아주는 이 없구나

 

※鄧林(등림) : 전설에 좋은 나무만 있다는 숲으로, 신선이 구름을 타고 다니며 노는 곳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