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헌- 2025. 1. 28. 12:54

香山三章 別參寥   향산삼장 별참요  

묘향산에서 세 편. 참요와 헤어지며

 

香山高不極 향산고불극

묘향산은 높아서 그 끝이 없으며

八萬四千峯 팔만사천봉

팔만 사천 개의 봉우리가 있는데

中有綠髮翁 중유녹발옹

그 속에 검은 머리 노인이 있어서

鍊骨棲雲松 연골서운송

구름과 솔에 살며 몸을 단련하네

狂吟倚日觀 광음의일관

일관봉에 기대 미친 듯 노래하며

縱目昭堯封 종목소요봉

빛나는 요봉을 마음 껏 보는구나

安得躡仙梯 안득섭선제

어찌하면 신선 사다리를 타고올라

一盪夫子胸 일탕부자흉

공자님의 흉금을 씻을 수 있을까

 

普賢寺何在 보현사하재

보현사는 어디에 있기에

第五橋上頭 제오교상두

다섯 번째 다리 위 끝에는

濯纓百里水 탁영백리수

깨끗한 물이 백 리에 흘러가고

逍遙龜鶴秋 소요구학추

거북과 학의 나이만큼 노니네

曇雲灑嵒扉 담운쇄암비

검은 구름이 산문에 흩어지고

花雨生丹丘 화우생단구

단구에는 꽃비가 생겨나니

欲攀鐵鎖高 욕반철쇄고

높이 걸린 쇠사슬 잡으려해도

冥濛不可求 명몽불가구

어두워서 찾을 수가 없구나

 

山阿靜何許 산아정하허

산굽이는 그 얼마나 고요한지

太始無極天 태시무극천

태시의 끝없는 하늘과 같아서

峯回風不落 봉회풍불락

봉우리 도는 바람은 멈추지 않고

鶴歸僧罷禪 학귀승파선

스님 참선 끝내니 학이 돌아오네

不識白日曉 불식백일효

새벽이 밝아오는 것도 모르면서

誰知霜兔眠 수지상토면

하얀 토끼 잠든 것은 누가 알까

有路莫躋攀 유로막제반

길이 있어도 높이 오르지 못하니

仙源何處邊 선원하처변

신선이 사는 곳은 어디에 있을까

<時靜齋與寥僧 同寓普賢寥下 與哉離合 仍其▣ 兼示靜齊

시정재여요승 동우보현요하 여재이합 잉기▣ 겸시정제

정재가 요승과 더불어 있을 때 함께 보현사에서 쓸쓸히 지냈다. 만나고 헤어지기를 함께하며 이를 읊어서 정재와 함께 보여줬다.>

 

※參寥(참요) : 송(宋) 나라 때 소식(蘇軾)과 교류하던 선승(禪僧)이자 시인인 도잠(道潛). 여기서는 단순히 도잠(道潛) 같은 선승(禪僧)을 말하는 듯하다.

※綠髮翁(녹발옹) : 머리 검은 늙은이. 신선은 늙어도 머리가 검다고 한다.

※日觀(일관) : 태산(泰山) 동쪽 정상의 봉우리를 가리키는데 해돋이를 보는 곳이란 뜻이며, 큰 산의 높은 봉우리라는 의미에서 성현(聖賢)이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堯封(요봉) : 우순(虞舜)이 당요(唐堯)로부터 천하를 인수하여 매 주(州)마다 산 하나씩 열두 산을 봉(堯)했다는 데서 나온 말로써 중국 전체의 강토 또는 온 나라의 강토를 의미한다,

※濯纓(탁영) :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물이 흐리면 발을 씻는다는 탁영탁족(濯纓濯足)에서 온 말로, 세상이 깨끗하고 도(道)가 행해지면 벼슬길에 나아가고 그렇지 않으면 은퇴한다는 말이다. 여기서는 단순히 깨끗한 물을 의미한다.

※嵒扉(암비) : 산문(山門; 사찰 또는 사찰의 문)으로 이해된다.

※花雨生丹丘(화우생단구) : 화우(花雨)는 부처님이 법화경을 강론할 때 하늘에서 내렸다는 꽃잎[雨花]를 말하고, 단구(丹丘)는 신선이 사는 곳이다.

※太始(태시) : 천지개벽 이전의 혼돈의 시대.

※靜齋(정재) : 조선 전기의 문신이자 양명학자(陽明學者)인 남언경(南彦經 : 1528~1594)을 말한다. 자는 시보(時甫)이고, 호는 정재(靜齋) 동강(東岡)이며, 서경덕(徐敬德)의 문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