遊國島 (유국도) 外
遊國島 유국도
국도에서 노닐며
紫霞城外綠雲東 자하성외녹운동
자하성 밖 동쪽에 푸른 구름이 일어
白玉樓居醉一中 백옥루거취일중
백옥루에서 취하여 지낼 만 하구나
銀漢星郞鳴鼉皷 은한성랑명타고
은하수의 견우성은 악어 북을 울리고
玄洲神女唱玲瓏 현주신녀창영롱
현주의 신녀는 영롱하게 노래 부르네
身將孤鶴騰寥廓 신장고학등요곽
몸은 홀로 학을 타고 하늘에 오르려니
心與浮雲捲太空 심여부운권태공
마음은 하늘에서 구름이 걷히게 하네
手折珊瑚挽落日 수절산호만락일
손으로 산호를 꺾고 지는 해를 말리며
笑看天地一樊籠 소간천지일번롱
천지가 하나의 새장임을 웃으며 보네
※國島(국도) : 강원도 통천군에 있는 섬. 참대가 잘 자란다고 하여 죽도(竹島)라 불렀으나 일본의 침입을 막기 위해 이 섬에서 자란 대나무로 활과 화살을 만들어 사용한 뒤부터 이 섬은 국토방위에 큰 역할을 했다고 하여 국도(國島)라고 이름을 바꾸게 되었다 한다.
寄徐鎭之 기서진지
서진지에게 부치다
春首 鎭之期與遊楓岳 余拘事不得 蓋鎭之先往淮陽 留俟我 至馳僕促行 簡辭致謝
춘수 진지기여유풍악 여구사不得 개진지선왕회양 유사아 지치복촉행 간사치사
초봄에 서진지와 더불어 풍악 유람을 약속했다. 내가 부득이한 일에 매이니, 그래서 진지가 먼저 회양으로 갔다. 나를 기다리면서 내가 빨리 오기를 독촉하여 편지로써 사죄드린다.
夢蝶翩翩落海丘 몽접편편낙해구
몽접이 훨훨 날아서 해구로 들어가면서
<夢蝶 鎭之堂號 몽접 진지당호
몽접은 서진지의 당호이다.>
過門何惜片時留 과문하석편시류
집 앞 지나며 잠시도 쉬지 않아 섭섭했네
<徐過門不入 서과문불입
서진지가 집 문 앞을 지나며 들르지 않았다.>
尋君擬踏山陰月 심군의답산음월
그대 찾아 산그늘 달빛 밟으며 헤아려보니
興盡虛回雪夜舟 흥진허회설야주
흥이 다해 눈오는 밤 배 돌리듯 허망하네
萬里煙霞供老眼 만리연하공노안
만 리에 연하가 늙은이 눈앞에 펼쳐지니
百年泉石寄神遊 백년천석기신유
천석에서 백년을 마음이 노닐고 싶어지네
<彼去茂留 피거무류
거기 가서 넉넉하게 머물렀다.>
毗盧會見東方子 비로회견동방자
비로봉에 모여서 동방삭을 만나보고
謝竊蟠桃共白頭 사절반도공백두
반도 훔친 것과 흰머리를 함께 사죄하네
※徐鎭之(서진지) : 조선 전기 예조 상훈 함경도 도사 사예 등을 역임한 문신인 서엄(徐崦, 1529~1573). 자는 진지(鎭之), 호는 춘헌(春軒).
※興盡虛回雪夜舟(흥진허회설야주) : 진(晉) 나라 때 왕희지(王羲之)의 아들 왕휘지(王徽之)가 눈이 내리는 밤 흥에 겨워 배를 저어 섬계(剡溪)에 사는 친구 대규(戴逵)를 찾아갔다가 그의 문전에서 되돌아 왔는데, 그 이유를 묻자 ‘흥이 일어 왔다가 흥이 다하여 돌아가는 것이다. [乘興而行 興盡而返]’고 한 것을 인용하였다.
※泉石(천석) : 샘물과 바위라는 뜻이나 전하여 자연(自然)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東方子(동방자) : 서왕모(西王母)의 반도(蟠桃)를 훔쳐먹고 삼천갑자를 살았다는 동방삭(東方朔)을 말하는 듯하다.
淸磵亭 청간정
九霄笙鶴下珠樓 구소생학하주루
높은 하늘 생학이 아름다운 누각에 내려오니
萬里空明灝氣收 만리공명호기수
만 리 빈 하늘에 청명한 기운이 모여 있구나
靑海水從銀漢落 청해수종은한락
은하수 흐르던 물 떨어져 푸른 바다가 되고
白雲天入玉山浮 백운천입옥산부
흰 구름 옥산 위에 떠 하늘로 들어가는구나
長春桃李皆瓊蘂 장춘도리개경예
긴 봄날 복사꽃 오얏꽃 모두 옥빛을 띠었고
千歲喬松盡黑頭 천세교송진흑두
천 년 묵은 소나무는 검은 머리처럼 짙구나
滿酌紫霞留一醉 만작자하유일취
푸른 노을 잔에다 가득 채워 취하여 있으니
世間無地起閑愁 세간무지기한수
세상의 부질없는 시름이 일어날 곳 없구나
<或云 此傳山亭作 혹운 차전산정작
어떤 사람들은 이 시를 산정을 지은 것이라고 한다.>
※淸磵亭(청간정) : 강원도 고성에 있는 정자. 관동 팔경의 하나이다.
※笙鶴(생학) : 신선이 학을 타고 생황을 연주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선학(仙鶴)을 뜻한다.
※山亭(산정) : 산정(山亭)은 평양(平壤) 기자성(箕子城) 안에 있는 열운정(閱雲亭)을 말하는데, 양사언(楊士彥)이 지은 열운정기(閱雲亭記)가 전해온다.
送別姻弟朴明甫 時在高城鑑湖堂
송별인제박명보 시재고성감호당
인제 박명보를 보내며, 고성 감호당에 있을 때였다.
數千里外三年客 수천리외삼년객
나그네가 삼년동안 수천 리 밖을 떠도니
萬二峯頭一葉身 만이봉두일엽신
만이천봉 꼭대기 나뭇잎 같은 신세구나
老去故鄕知我命 노거고향지아명
늙어 고향으로 가서 나의 뜻을 알게 되니
遠尋湖海見君眞 원심호해견군진
멀리 세상을 찾는 그대의 참모습 보이네
綢繆情話還如夢 주무정화환여몽
삼처럼 얽힌 정담이 도리어 꿈만 같아서
去住傷懷問幾旬 거주상회문기순
마음 상해 갈지 머물지를 몇십 번을 묻네
獨媿知時江上雁 독괴지시강상안
때를 아는 강 위의 기러기에 부끄러워서
雙飛應笑解携人 쌍비응소해휴인
함께 데리고 가던 사람 놓아주며 웃으리라
※姻弟(인제) : 손아래 처남 또는 매부. 처남 매부 사이에 자기를 일컫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