都下梅盆 (도하매분) - 李滉 (이황)
都下梅盆 好事金而精付安道孫兒 船載寄來 喜題一絶云 도하매분 호사김이정부안도손아 선재기래 희제일절운 李滉 이황
서울에 있던 매화 화분을 호사자 김이정이 손자 안도에게 부탁하여 배에 실어 보내오니 기뻐서 이를 시제로 삼아 한 절을 읊다.
脫却紅塵一萬重 탈각홍진일만중
일만 겹의 속된 세상을 떨쳐버리고
來從物外伴癯翁 내종물외반구옹
속세 밖에 따라와 늙은이와 짝을 하네
不緣好事君思我 불연호사군사아
그대가 날 생각하는 호사가 아니었다면
那見年年冰雪容 나견년년빙설용
해마다 빙설 같은 그 모습을 어찌 볼까
※金而精(김이정) : 김취려(金就礪,1526~?). 조선 전기의 문신. 자는 이정(而精), 호는 잠재(潛齋). 정암(靜庵). 퇴계(退溪)의 문하에서 수학하였다.
※安道(안도) : 이안도(李安道,1541~1583) : 퇴계(退溪)의 맏손자이다. 호 몽재(蒙齋).
次韻奇明彦 追和盆梅詩 見寄 차운기명언 추화분매시 견기 李滉 이황
기명언이 화답해 온 분매 시를 다시 차운하여 보내다
任他饕虐雪兼風 임타도학설겸풍
모진 눈바람 속에 그대를 맡겨두고도
窓裏淸孤不接鋒 창이청고불접봉
창가에서 홀로 맑고 탈 없이 지냈네
歸臥故山思不歇 귀와고산사불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대 걱정 그치지 않아
仙眞可惜在塵中 선진가석재진중
티끌 속에서도 선진의 모습이 애처롭네
※奇明彦(기명언) : 조선전기 성균관대사성, 대사간, 공조참의 등을 역임한 문신. 학자인 기대승(奇大升,1527~1572). 명언(明彦)은 자이고, 호는 고봉(高峯) 존재(存齋)이다.
※仙眞(선진) : 도교에서 말하는 신선과 진인이라는 뜻으로 매화를 의미한다. 퇴계(退溪)는, 매화에 대한 마음을 옥선(玉仙) 매선(梅仙) 화선(花仙) 환골선(換骨仙) 선진(仙眞) 등 신선(神仙)을 의미하는 시구(詩句)로 많이 표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