次歸去來辭 月課 (차귀거래사 월과) - 李敏敍 (이민서)
次歸去來辭 月課¹⁾ 차귀거래사 월과 李敏敍 이민서
귀거래사에 차운하다. 월과이다.
歸去來兮 귀거래혜
돌아가자
淵明已歸我又歸 연명이귀아우귀
도연명도 돌아갔으니 나도 돌아가야지
旣時命之適然 기시명지적연
이미 시대의 명령이 마침 그러하니
雖伏匿而何悲 수복닉이하비
비록 엎드려 숨어 산들 어찌 슬프리
志浩蕩而逾疏 지호탕이유소
호탕한 뜻을 이룸은 더욱 멀어지고
歲荏苒而難追²⁾ 세임염이난추
덧없이 가는 세월은 뒤쫓기 어렵네
諒却步而求前³⁾ 량각보이구전
뒷걸음질 치면서 앞사람을 따라잡으려 하니
顧初心而或非 고초심이혹비
초심을 돌아보니 더러 잘못되었구나
義無咎於括囊⁴⁾ 의무구어괄낭
주머니 끈을 잘 묶으면 옳고 허물없으니
浴何勞於振衣⁵⁾ 욕하로어진의
목욕한 뒤 어찌 옷을 터는 수고를 할까
惟皐壤之足樂 유고양지족악
오직 논밭의 흙만이 즐거움의 근본인데
慨此道之日微 개차도지일미
이 도리가 날로 쇠미해지니 개탄스럽네
乃卜吉日 내복길일
이에 길일을 잡아서
于邁于奔 우매우분
멀리 떠나 달려가니
靑松夾路 청송협로
길 양쪽엔 청솔이 늘어섰고
白雲蔭門 백운음문
흰 구름이 문간을 덮었네
列岫相迎 열수상영
늘어 선 산봉우리가 맞아 주고
猿鶴尙存 원학상존
원숭이며 학도 그대로 있구나
南山有廬⁶⁾ 남산유려
남산에는 초막이 있었고
北海有樽⁷⁾ 북해유준
북해에는 술동이가 있었지
水樹淸而幽境 수수청이유경
그윽한 경내에는 물과 숲이 맑고
州里悅而歡顔 주리열이환안
마을 사람들도 기뻐하는 표정이네
春華茂而寄賞 춘화무이기상
봄날에는 무성한 꽃을 구경하고
夏陰敷而止安 하음부이지안
여름에는 펼친 그늘에서 편안히 쉬고
登秋稼而滌場⁸⁾ 등추가이척장
거둔 곡식 올렸던 타작마당 청소하고
掃積雪而開關 소적설이개관
쌓인 눈 쓸어내고 문을 열어야지
撫幽事而怡悅 무유사이이열
그윽하게 일 처리하며 기뻐하니
窮四序之殊觀 궁사서지수관
사계절 뛰어난 경관도 다 가는구나
樂衡泌之棲遲⁹⁾ 낙횡필지서지
횡문과 샘물에서 느긋이 살며 즐기면서
有畸人之往還¹⁰⁾ 유기인지왕환
기인들이 있어서 왕래한다네
美蓴羹之思吳¹¹⁾ 미순갱지사오
맛있는 순챗국으로 오 지방을 생각하는데
笑行歌之要桓¹²⁾ 소행가지요환
노래 부르며 환공에게 요구함이 우습구나
歸去來兮 귀거래혜
돌아가자
請卒歲而優遊 청졸세이우유
여유롭게 세월을 즐기며 살기를 바라네
羌衆趨而我避 강중추이아피
아아 대중들의 취향을 나는 피해왔는데
復舍此而何求 부사차이하구
다시 이를 버리고 무엇을 구하겠는가
道千秋之必反¹³⁾ 도천추지필반
도는 천 년 뒤에 반드시 돌아오는데
奚余心之煩憂 해여심지번우
어찌 내 마음은 괴로워하고 근심할까
考幽貞於龜兆¹⁴⁾ 고유정어구조
거북점에서 차분하고 정함을 살핀다면
徵好德於箕疇¹⁵⁾ 징호덕어기주
기주의 유호덕을 징험할 수 있네
安居有宅 안거유댁
편안히 거처할 집이 있는데
利涉無舟 이섭무주
물을 건너갈 배는 없구나
息經營於四方¹⁶⁾ 식경영어사방
출사하여 사방을 경영하기를 그만두고
甘老死乎一丘¹⁷⁾ 감로사호일구
은거지에서 늙어 죽는 것도 달가워하네
亦何去而何從 역하거이하종
또한 어디를 가고 무엇을 따를 것인가
任止坎而乘流 임지감이승류
흐르는 물 타고 가다 구덩이에 멈추리라
信前哲之所臧 신전철지소장
옛 현인의 아름다운 도리를 믿고서
判此日之歸休 판차일지귀휴
오늘 돌아갈 것을 결정하였네
已矣乎 이의호
그만두어야지
日月逝矣俟何時 일월서의사하시
세월은 흘러가는데 어느 때를 기다리나
人生適意難久留 인생적의난구류
인생은 마음대로 오래 머물기 어려운데
胡爲乎蹙蹙靡所之 호위호축축미소지
어찌 움츠려 쓰러질 곳이 없다고 하나
桂樹可攀援¹⁸⁾ 계수가반원
계수나무를 부여잡을 수 있는
滄洲自有期¹⁹⁾ 창주자유기
창주에서 살기를 스스로 기약했네
出北門而携手 출북문이휴수
북쪽 문을 나와서 손을 이끌면서
尋東皐之耘耔 심동고지운자
동쪽 언덕에서 농사지을 곳을 찾으리
訪遠遊於楚謠²⁰⁾ 방원유어초요
초나라 노래에서 원유를 찾아보고
得考槃於周詩²¹⁾ 득고반어주시
주나라 시에서 고반을 얻었네
聊遯世而無憫 료둔세이무민
애오라지 은둔하며 근심이 없으니
我道蓋是更何疑 아도개시경하의
나의 도가 이런데 어찌 다시 의심하리
※月課(월과)¹⁾ : 옛날 관료들이 과거 시험을 칠 당시의 실력을 유지, 또는 늘기를 바라는 이유에서 시행되었던 과제. 관료들에게 월과는 매월 치르는 시험 성격이 강했으며, 인사고과의 자료로 활용되었다. 이 시는 월과의 과제물로 제출된 듯하다.
※荏苒(임염)²⁾ : 세월이 덧없이 지나감.
※諒却步而求前(량각보이구전)³⁾ : 각보(却步)는 어떤 위치 또는 일 따위로부터 뒤나 옆으로 물러선다는 뜻이다. 공자가어(孔子家語)에 공자가 위나라에 있을 때 염구가 계손에게 말하기를 ‘나라에 성인이 있는데 등용하지 않고 치세를 바란다면, 이는 뒷걸음질 치면서 앞사람을 따라잡기를 바라는 것과 같으니, 불가능하다. [國有聖人而不能用 欲以求治 是猶却步而欲求及前人 不可得已.]’라고 하였다.
※義無咎於括囊(의무구어괄낭)⁴⁾ : 주역(周易) 곤괘(坤卦) 육사(六四)〉에 ‘주머니 끈을 묶듯이 하면 허물도 없으며 칭찬도 없으리라. [括囊 无咎 无譽.]’ 하였는데, 정주학(程朱學;성리학)의 태두인 정이(程頤)의 전(傳)에 이르기를 ‘만약 그 지혜를 감추어 주머니 끈을 묶듯이 하여 드러내지 않는다면 허물이 없을 것이요, 그렇지 않으면 해로움이 있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浴何勞於振衣(욕하로어진의)⁵⁾ : 굴원(屈原)의 어부(漁父)에 ‘새로 머리를 감은 자는 반드시 갓을 털어서 쓰고, 새로 목욕한 자는 반드시 옷을 털어서 입는다 한다. [新沐者 必彈冠 新浴者 必振衣]’라고 하였는데, 진의탄관(振衣彈冠)이라 함은 벼슬길에 나아가지 않고 속세를 벗어나고자 함을 이르는 말이다.
※南山有廬(남산유려)⁶⁾ : 남산(南山)은 남산에 살았던 도잠(陶潛)을 가리킨다. 도잠(陶潛)의 시 ‘찾아온 심부름꾼에게 묻다. [問來使]’에 ‘남산 아래 있는 나의 집에 지금쯤 몇 떨기의 국화가 피었는가. [我屋南山下, 今生幾叢菊.]’라는 구절이 있다.
※北海有樽(북해유준)⁷⁾ : 북해(北海)는 후한(後漢) 말기에 북해 상(北海相)을 지냈던 공융(孔融)을 가리키는데, 그는 ‘자리 위에 손님이 항상 가득하고, 술동이 속에 술이 늘 비지만 않는다면, 내가 걱정할 것이 하나도 없다. [坐上客恒滿 樽中酒不空 吾無憂矣]’라고 하면서 술과 빈객을 무척 사랑하였다 한다.
※滌場(척장)⁸⁾ : 시경(詩經) 칠월(七月)에 ‘구월에 서리가 내리면 시월에 마당을 깨끗이 쓴다. [九月肅霜, 十月滌場.]’ 하였는데, 주희(朱熹)의 주(注)에 ‘척장(滌場)은 농사를 마치고 마당을 깨끗이 쓰는 것이다.’ 하였다.
※樂衡泌之棲遲(낙횡필지서지)⁹⁾ : 시경(詩經) 횡문(衡門)에 ‘횡문 아래에서 느긋하게 살 수 있네. 샘물이 넘쳐흐르니, 굶주림을 즐길 수 있네. [衡門之下 可以棲遲 泌之洋洋 可以樂飢]’라고 하였는데, 주희(朱熹)의 주(注)에 ‘횡문은 나무를 가로로 대어 문을 만든 것이다.……이는 은거(隱居)하면서 스스로 즐거워하여 구함이 없는 자의 말이다. 횡문이 비록 얕고 누추하나 또한 놀고 쉴 수 있으며, 샘물이 비록 배불릴 수 없으나 또한 구경하고 즐거워하면서 굶주림을 잊을 수 있음을 말한 것이다.’ 하였다.
※畸人(기인)¹⁰⁾ : 성격이나 말, 행동 따위가 보통 사람과 달리 유별난 사람을 말한다.
※蓴羹(순갱)¹¹⁾ : 진(晉) 나라 때 장한(張翰)이 낙양(洛陽)에서 벼슬살이하는데 가을바람이 불자 고향의 맛있는 순챗국[蓴羹]과 농어회[鱸魚膾]가 생각나서 벼슬을 버리고 고향인 오(吳)로 돌아갔다는 고사가 있다.
※笑行歌之要桓(소행가지요환)¹²⁾ : 춘추시대 위(衛) 나라 영척(寗戚)이 제(齊) 나라에 가서 빈궁하게 지내며 소에게 꼴을 먹이다가 제 환공(齊桓公)을 만나 쇠뿔을 치며 자기의 신세를 한탄하는 슬픈 노래를 부르자, 환공이 그를 비범하게 여겨 객경(客卿)에 임명했다는 고사가 있다. 그 노래를 일명 반우가(飯牛歌)라고 한다.
※道千秋之必反(도천추지필반)¹³⁾ : 순자(荀子) 성상편(成相篇) 에 ‘밝은 하늘이 회복되지 않아 근심이 끝이 없구나. 천 년 이후에는 반드시 돌아오는 것이 도의 당연함이다. 제자들이여 힘써 공부하면 하늘이 잊지 않으리라. [皓天不復 憂無疆也 千秋必反 道之常也 弟子勉學 天不忘也 ]”라고 하였다. 따라서 도를 행하며 열심히 살면 하늘이 도와주리라는 의미이다.
※考幽貞於龜兆(고유정어구조)¹⁴⁾ : 주역(周易 이괘(履卦) 구이(九二)에 ‘행하는 도리가 탄탄하니 마음이 차분한 사람이라야 올바르고 길하다(履道坦坦 幽人貞吉)’ 고 한 것을 인용하였다.
※徵好德於箕疇(징호덕어기주)¹⁵⁾ : 기주(箕疇)는 기자가 전술(傳述)한 홍범구주(洪範九疇)를 말한다. 서경(書經) 홍범(洪範)에 ‘아홉 번째 오복의 첫 번째는 수(壽)이고, 두 번째는 부(富)이고, 세 번째는 강녕(康寧)이고, 네 번째는 유호덕(攸好德)이고, 다섯 번째는 고종명(考終命)이다. [九五福 一曰壽 二曰富 三曰康寧 四曰攸好德 五曰考終命.]’ 라고 하였는데, 채침(蔡沈)의 주(注)에 ‘유호덕은 도(道)를 즐김이다.’고 하였다.
※息經營於四方(식경영어사방)¹⁶⁾ : 시경(詩經) 북산(北山)에 ‘여력(旅力)이 강하니 사방을 경영할 수 있노라. [旅力方剛, 經營四方.]’라고 하였다. 출사하여 국가를 위해 사방에서 일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이 구절은 벼슬을 그만두고 쉰다는 의미이다.
※一丘(일구)¹⁷⁾ : 하나의 언덕과 하나의 골짜기[一丘一壑]’에서 온 말로, 은사(隱士)의 은거지(隱居地)를 말한다. 한서(漢書) 서전(敍傳)의 ‘한 골짜기에서 고기를 낚고 …… 한 언덕 위에서 소요를 한다. [漁釣於一壑 …… 棲遲於一丘]’라는 말에서 비롯되었다.
※桂樹可攀援(계수가반원)¹⁸⁾ : 초사집주(楚辭集注) 초은사(招隱士)에 ‘계수나무 가지를 부여잡으며 편히 오래 머무른다네. [攀援桂枝兮聊淹留]’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은자(隱者)의 생활을 표현한 것이다.
※滄州(창주)¹⁹⁾ : 물이 맑고 푸른 물가라는 뜻으로, 은인(隱人)이 사는 곳 또는 시골을 이르는 말. 경치 좋은 은자의 거처라는 의미로 흔히 쓰인다.
※遠遊(원유)²⁰⁾ : 원유(遠遊)는 초나라의 굴원(屈原)이 지은 작품으로, 선인(仙人)들과 함께 놀면서 천지 사방을 두루 유람하고자 하는 뜻을 피력하였는데, 전하여 사방을 유람하거나 먼 길을 여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考槃(고반)²¹⁾ : 시경(詩經) 고반(考槃)에 ‘고반이 시냇가에 있으니 석인(碩人)의 마음이 넉넉하도다.[考槃在澗, 碩人之寬.]’ 하였는데, 주희(朱熹)의 주(注)에 ‘고(考)는 이룬다는 뜻이고, 반(槃)은 반환(盤桓)의 뜻이니, 은거(隱居)하는 집을 이룸을 말한 것이다.’ 하였다.
*이민서(李敏敍,1633~1688) : 조선후기 호조판서, 이조판서, 지돈녕부사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이중(彛仲), 호는 서하(西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