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後燕 (사후연) 外 - 李敏求 (이민구)
社後燕 사후연 李敏求 이민구
사일 지난 뒤의 제비
故壘日荒涼 고루일황량
옛 둥지는 날로 황량해지는데
歸飛天路長 귀비천로장
하늘을 날아 돌아갈 길 멀구나
前期經歲月 전기경세월
앞서 기약한 세월은 지냈건만
新羽怯風霜 신우겁풍상
어린 제비는 풍상이 두렵구나
去豈懷梁棟 거기회량동
동량이 그리워서 어찌 떠날까
留非爲稻粱 류비위도량
모이 때문에 머문 건 아니겠지
如何秋社後 여하추사후
어이하여 추사일 지난 뒤에도
猶目客殊方 유목객수방
오히려 객지의 나그네 눈에 보이나
※社日(사일) : 입춘(立春)이 지난 후 다섯 번째 무일(戊日)을 춘사(春社)라 하고, 입추(立秋)가 지난 후 다섯 번째 무일을 추사(秋社)라고 하는데 각 예전에 토지 신(土地神)에게 제사를 지내는 날이다. 제비는 춘사일(春社日)에 왔다가 추사일(秋社日)에 강남으로 떠난다고 하는데, 추사일이 지난 뒤에도 제비가 남아 있어 읊은 것이다.
※新羽(신우) : 새로운 깃털이란 뜻으로, 봄에 태어나 자란 어린 제비를 말한다.
※稻粱(도량) : 쌀과 기장이란 뜻으로 보통 곡물(穀物)을 뜻하는 말로 쓰이나, 새들의 모이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두보(杜甫)의 시에도 ‘그대 양지 찾아 떠나는 기러기를 보았나, 각자 모이 찾는 꾀를 갖고 있다네. [君看隨陽雁 各有稻粱謨]’라는 구절이 있다.
秋社後十日見飛燕 추사후십일견비연 李敏求 이민구
추사일이 열흘이나 지났는데도 날아다니는 제비를 보다
白社高風後 백사고풍후
백사에 높이 바람이 불어온 뒤에
雕樑八月秋 조량팔월추
들보에는 팔월의 가을이 되었는데
翩翩雙燕子 편편쌍연자
제비 두 마리가 훨훨 날아다니니
似爲主人留 사위주인류
주인을 위해서 머문 듯하구나
※白社(백사) : 백사는 흰 띠로 지붕을 덮은 집으로, 은사(隱士)의 집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