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秋日 (추일) - 李敏求 (이민구)

-수헌- 2023. 9. 15. 13:57

秋日 추일 李敏求 이민구  

가을날

 

宇內淹爲客 우내엄위객

세상에 머물렀다가 나그네 되려고

江邊習坐禪 강변습좌선

강가에서 좌선을 익히는구나

新涼看白露 신량간백로

서늘한 초가을에 흰 이슬 바라보며

舊物念靑氈 구물념청전

대대로 전해 온 청전을 생각하네

簷豁憐秋燕 첨활련추연

가련한 가을 제비 처마 끝을 비우고

林疏感暮蟬 임소감모선

성근 숲에서 저녁 매미 소리 듣네

閑時觀物我 한시관물아

한가한 때 만물과 나를 바라보니

盡日只蕭然 진일지소연

온종일 쓸쓸하기만 하구나

 

※舊物念靑氈(구물념청전) : 청전(靑氈)은 청전구물(靑氈舊物)에서 온 말로, 벼슬하는 집안에 대대로 이어진 가업이나 선대(先代)로부터 전해진 귀한 유물을 가리킨다. 진(晉) 나라 왕헌지(王獻之)가 누워 있는 방에 도둑이 들어와서 물건을 모두 훔쳐 가려할 적에 ‘도둑이여, 그 푸른 모포는 우리 집안의 유물이니, 그것만은 놓고 가는 것이 좋겠다. [偸兒 靑氈我家故物 可特置之]’라고 하자, 도둑이 놀라 도망쳤다는 고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