苦熱吟 (고열음) - 釋圓鑑 (석원감)
苦熱吟 고열음 釋圓鑑 석원감
혹독한 더위
有地盡炎赫 유지진염혁
지상엔 온통 불볕더위가 기승인데
無階奔廣寒 무계분광한
광한전으로 달아날 사다리가 없네
瀑川思雪岳 폭천사설악
설악산의 폭포와 내가 그리워지고
風穴憶氷巒 풍혈억빙만
얼음산의 바람구멍이 생각나는구나
<本朝雪岳有瀑川 冰山有風穴 본조설악유폭천 빙산유풍혈
우리나라 설악산에 폭포가 있고 빙산에 바람구멍이 있다.>
未學乘飆列 미학승표렬
열자의 바람 타기는 배우지 못하고
空希愛華潘 공희애화반
공연히 반랑의 화산 사랑만 동경하네
何當酷吏去 하당혹리거
어떻게 하면 혹리가 물러가게 하고
得與故人歡 득여고인환
고인과 함께 기쁨을 얻을 수 있을까
※廣寒(광한) : 광한전(廣寒殿). 선녀 항아(姮娥)가 산다고 한다고 하는 달 속에 있는 상상 속의 궁전.
※乘飆列(승표열) : 열자(列子)는 전국 시대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도가(道家) 사상가이다. 이름은 어구(禦寇). 본명 그대로 열어구(列禦寇)라고 불리기도 한다. 장자(莊子)의 내용에 열자(列子)가 바람을 타고 날아다녔다는 내용이 나온다.
※空希愛華潘(공희애화반) : 반(潘)은 송나라 시인 반랑(潘閬)을 말하는데, 반랑(潘閬)이 화산(華山)의 삼봉(三峯)이 너무 좋아하여, ‘언젠가는 여기로 집을 옮겨 살고 싶네. [終擬移家向此居]’라고 하였다.
※何當酷吏去(하당혹리거) : 혹리(酷吏)는 혹독한 관리를 말하는데 여기서는 혹독한 더위[苦熱]에 비유하였다. 후주(後周)의 재상(宰相) 범질(范質)이 벼슬하기 전 여름에 부채에다 ‘큰 더위에 혹리가 가고, 맑은 바람에 고인이 온다[大暑去酷吏 淸風來故人].’라고 쓴 고사에서 인용하였다.
*석원감(釋圓鑑,1226~1292) : 고려 때의 국사(國師)인 충지(沖止), 속명(俗名)은 위원개(魏元凱). 처음 법명(法名)은 법환(法桓)이었으나 뒤에 충지(沖止)로 하였으며, 자호를 복암(宓庵)이라 하였다. 시호는 원감국사(圓鑑國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