四溟大師의 충절과 詩

四溟大師-일본으로 가다(교또를 향해)

-수헌- 2020. 6. 13. 23:18

사명대사(四溟大師)는 적관해협(赤關海峽)에서 세도내해 연안 각지를 유람하면서 관동으로 향하였는데 이는 교오또(京都)로 향하는 도중에도 고오베(新戶), 오사카(大阪)등을 거치며 일본 각지의 풍습과 정세를 관찰하기 위함이 아닌가 한다. 12월 하순 경에 본법사(本法寺)라는 절에 이르러 섣달 그믐날 밤은 본법사에서 지냈다는 것을 미루어 볼 때 대마도를 출발하여 한 달 이상 걸려서 1604년(선조 37년) 12월말에 교오또(京都)에 도착한 것을 알 수 있다. 사명대사는 교오또로 가는 도중 배를 타고 갈 때는 배안에서 밤을 새운 일도 여러 번 있었는데 다음에 소개하는 시(詩)는 교오또에 가는 도중에 여러 곳에서 지은 것으로 추측된다.

 

舟中夜坐 주중야좌

 

請纓人去杳千秋 청영인거묘천추

밧줄 청하던 사람 간지 천추에 아득한데

帷幄留侯讓運籌 유악류후양운주

군막의 유후(留侯)는 운주(運籌)를 사양했네

俯仰悠悠多少意 부앙유유다소의

우러러보고 굽어 봐도 마음속 시름이 있어

夜深鳴笛倚孤舟 야심명적의고주

깊은 밤 외로운 배에 기대 피리를 부네

※청영(請纓): 결박할 밧줄을 청한다는 말로, 스스로 자청하여 전쟁터에 나가 적을 격파하고 나라의 은혜에 보답하겠다는 뜻.한(漢) 나라 남월(南越)에 사자를 보내 남월왕을 설득해 제후로 삼고자 했다. 이때 간대부(諫大夫) 종군(終軍)이 남월에 사자로 가기를 자청하면서 “긴 끈을 받아 반드시 남월왕을 묶어 대궐 아래로 데려오기를 원합니다.(願受長纓, 必羈南越王而致之闕下.)”라고 말한 데서 유래함.

※帷幄(유악): 군대에서 군사기밀을 논하는 장막

運籌(운주): 산(算) 가지로 셈을 하는 일

따라서 帷幄運籌(유악운주)는 군대에서 군사 작전을 짜는 일을 말함.

한고조가 천하를 통일한 후에 말하기를 ‘장막 안에서 운주를 하여 (帷幄運籌;유악운주) 천리 밖의 승리를 결정하는 것은 장량(張良)이 제일이다’하고 장량을 유후(留侯)에 봉했다.

 

獨倚瓊樓海月明 독의경루해월명

홀로 옥루에 기대니 바다 위 달 밝은데

一聲笙鶴九天情 일성생학구천정

생학(笙鶴) 소리 한줄기 구천의 정이로다

白楡露冷三清近 백유로랭삼청근

백유(白楡-별)에 이슬 차고 삼청이 가까우니

應是松雲在玉京 응시송운재옥경

아마도 송운이 옥경에 있는 듯하네

※笙鶴(생학) :신선(神仙)이 탄다는 선학(仙鶴)을 말함

※三清(삼청) :삼신이 거처하는 천 외선경으로, 옥청·상청·태청의 3경(境)을 가리킨다

 

 

路經嵐島下關東 노경남도하관동

남도(嵐島)를 지나 관동으로 내려가니

天水相連渺若空 천수상련묘약공

하늘과 물이 맞닿아 빈 곳인양 아득하다

獨倚艙頭無夢寐 독의창두무몽매

홀로 뱃머리에 기대어 꿈도 잠도 없으니

可憐孤影月明中 가련고영월명중

달밤의 외로운 그림자만 가련하구나

 

霜後舟中聽玉笙 상후주중청옥생

서리 내린 후 배 안에서 옥피리 소리 들으니

月明滄海遠人情 월명창해원인정

달 밝은 푸른 바다에 나그네 시름 자아내네

漢陽此去千餘里 한양차거천여리

한양은 여기서 천리 길도 넘는데

一夜歸心白髪生 일야귀심백발생

돌아갈 마음에 하룻밤 새 흰머리만 생기 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