癸丑冬至大雪 (계축동지대설) 外
癸丑冬至大雪 계축동지대설 申欽 신흠
계축년 동짓날 큰 눈이 내리다
一年冬至日 일년동지일
일 년 만에 동짓날이 되었는데
萬死去朝身 만사거조신
만 번 죽어도 몸은 조정으로 가네
積雪迷千嶂 적설미천장
쌓인 눈에 모든 산이 아스라하고
孤村絶四鄰 고촌절사린
이웃과 단절된 마을은 외롭구나
拾薪烹豆粥 습신팽두죽
땔나무 주워서 팥죽을 끓이고
挑菜備盤辛 도채비반신
나물을 뜯어다가 반찬 만드네
却把離騷詠 각파리소영
이소경 손에 들고 읊조리면서
高標憶楚均 고표억초균
초균의 높은 기상 생각해 보네
※楚均(초균) : 초 나라의 굴원(屈原)을 말함. 자가 영균(靈均)이어서 초균으로 표현하였다. 굴원은 초나라에서 추방되어서도 나라를 걱정하는 심정을 나타낸 이소경(離騷經)을 지었다.
卧雪偶成 二絶 와설우성 이절 尹愭 윤기
눈 내리는 날 누워 우연히 절구 2수
東城大雪壓蓬蒿 동성대설압봉호
동성에 큰 눈 내려 쑥대 덮인 집을 막으니
飢卧三朝閉戶牢 기와삼조폐호뢰
문을 닫아걸고 사흘 아침을 굶고 누웠네
鄰人錯比袁安宅 인인착비원안댁
이웃 사람들은 원안과 잘못 비교하지만
只是踈迂不是高 지시소우불시고
다만 현실과 무관할 뿐 고상한 것 아니네
坐看同年衮衮登 좌간동년곤곤등
줄줄이 등용되는 동년들을 앉아서 보니
乘時變化似鯤鵬 승시변화사곤붕
곤어가 때 만나 붕새로 변하는 듯하네
斯人豈必皆才德 사인기필개재덕
이들이 어찌 모두 재덕 있는 이들일까
爲是朱門世世承 위시주문세세승
대대로 이어져온 권문이기 때문이겠지
※袁安(원안) : 한(漢) 나라 때의 현사(賢士). 낙양(洛陽)에 큰 눈이 내려 한 자 가량이나 쌓여 모두 눈을 쓸고 나와서 먹을 것을 구하러 돌아다니는데, 원안의 집에는 그런 기척이 없었다. 저잣거리를 시찰하던 현령이 원안이 죽은 줄 알고 안으로 들어가 보니, 원안이 죽은 듯이 누워 있었다. 낙양 현령이 원안에게 어찌 나와서 먹을 것을 구하지 않느냐고 묻자, 원안은 “큰 눈이 와서 사람들이 모두 굶주리고 있는데 다른 사람에게 먹을 것을 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하였다. 이에 현령은 원안을 어진 사람이라고 여겨 효렴(孝廉)으로 천거하였다 한다. 〈후한서(後漢書) 원안전(袁安傳)〉
※踈迂(소우) : 오활(迂闊)하다는 의미. 오활(迂闊)하다는 현실의 경우와는 관련이 멀다는 뜻이다.
※坐看同年衮衮登(좌간동년곤곤등) : 무명자와 함께 생원시에 급제(及第)한 벗들이 모두 대과에 급제하여 환로에 오르는 것을 말한다. 이 시는 두보가 취시가(醉時歌)에서 당나라 때의 고사(高士) 정건(鄭虔)을 위로하며 ‘모든 사람들이 우르르 대성에 오르건만 광문 선생의 벼슬만 홀로 썰렁하고, 호족들은 어지러이 고량진미 질리도록 먹는데, 광문 선생은 밥이 부족하네.〔諸公袞袞登臺省 廣文先生官獨冷 甲第紛紛厭粱肉 廣文先生飯不足〕’라고 읊은 것을 인용하여 표현하여 집안의 배경이나 문벌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을 비판하였다.
※朱門(주문) : 왕공 귀족(王公貴族)이나 고관대작(高官大爵)의 집을 말한다. 옛날에 왕공 귀족은 고귀함을 나타내기 위해 대문에 붉은 칠을 하였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