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秋懷 (추회) - 徐居正 (서거정)

-수헌- 2022. 10. 6. 22:45

秋懷 추회      徐居正 서거정

 

流光冉冉不曾留 류광염염불증류

세월은 흘러가서 기다리지 않으니

烏帽西風怯白頭 오모서풍겁백두

흰머리의 오사모가 서풍을 두려워하네

出處由來難自斷 출처유래난자단

가고 오는 것은 스스로 결정하기 어렵고

閑忙自古不相謀 한망자고불상모

한망은 옛 부터 서로 도모할 수가 없구나

陶潛歸去欣瞻宇 도잠귀거흔첨우

도잠은 돌아가서 집 바라보며 기뻐하였고

杜甫行藏獨倚樓 두보행장독의루

두보는 나가나 숨으나 홀로 누를 의지했네

我亦歸田曾有賦 아역귀전증유부

나 또한 전원으로 돌아간다는 부가 있으니

欲將身世老扁舟 욕장신세로편주

이 신세를 조각배에서 늙어가고 싶구나

 

※烏帽西風怯白頭(오모서풍겁백두) : 두보(杜甫)의 시 구일남전최씨장(九日藍田崔氏莊)에 ‘머리가 짧아 바람에 모자 날려 부끄럽지만[羞將短髮還吹帽]’이란 구절이 있는데, 이를 인용하여 늙어서 희어진 머리가 짧아 모자가 날아갈까 두렵다는 뜻이다.

※陶潛歸去欣瞻宇(도잠귀거흔첨우) : 도연명(陶淵明)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 ‘집을 바라보고 [乃瞻衡宇] 기뻐서 달려갔다 [載欣載奔].’는 구절이 있다.

※杜甫行藏獨倚樓(두보행장독의루) : 두보(杜甫)가 악양루(岳陽樓)에 올라 세상을 탄식한 시가 있다.

 

 

秋懷 추회      徐居正 서거정

 

天公造物本多猜 천공조물본다시

천공은 본래 시기가 많아서 만물을 창조하며

竹老荷殘柳亦衰 죽로하잔류역쇠

대는 늙고 연은 시들고 버들도 쇠하게 했네

獨立西風成獨笑 독립서풍성독소

가을바람에 홀로 서서 홀로 웃고 있으니

黃花無數爲誰開 황화무수위수개

국화는 무수한데 누구를 위해 피었는가

 

 

秋懷 추회      徐居正 서거정

 

剗地西風暑已殘 잔지서풍서이잔

땅을 스치는 서풍에 더위는 이미 물러가니

故園情思疾於丸 고원정사질어환

오로지 고향 생각에 괴롭기만 하구나

山中頻憶遂初賦 산중빈억수초부

산중에서 수초부가 자주 생각이 나는데

世上飽經行路難 세상포경행로난

세상 행로의 어려움은 많이도 겪어왔네

開徑陶潛曾解印 개경도잠증해인

도잠은 진작 인끈 풀고 오솔길을 내었는데

歸盤李愿豈耽官 귀반리원기탐관

반곡에 간 이원은 어찌 벼슬을 탐했을까

蓴鱸已老吾行晩 순로이로오행만

이미 늙은 내가 늦게 순로를 찾아 가는데

雨勢漫空獨倚闌 우세만공독의란

질펀한 하늘엔 비 오고 홀로 난간에 기댔네

 

 

※遂初賦(수초부) : 벼슬을 버리고 은거하며 당초의 소원을 이룬 것을 노래한 것이다. 진(晉) 나라 때 문인 손작(孫綽)과 한(漢) 나라 때 문인 유흠(劉歆)이 지은 문장이 유명한데, 후세에 흔히 사직(辭職)하고 은거하는 전거(典據)로 인용된다.

※開徑陶潛曾解印(개경도잠증해인) : 동진(東晉)의 도잠(陶潛)이 현령의 인끈을 풀어 던지고 떠나면서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지었는데, 그 안에 ‘세 오솔길은 묵었으나, 소나무와 국화는 남아 있도다.〔三徑就荒 松菊猶存〕’라는 구절이 있다. 세 오솔길이란 한(漢) 나라 때 은사(隱士) 장후(蔣詡)가 일찍이 자기 문정(門庭)에 세 오솔길을 내놓고 구중(求仲), 양중(羊仲), 두 사람 하고만 종유했던 데서 온 말로, 전하여 은자의 처소를 말한다.

※반곡(盤谷) : 반곡은 태항산(太行山) 남쪽에 있는 지명으로, 골짜기가 깊고 산세(山勢)가 험준해서 은자(隱者)가 살기에 알맞은 곳이라고 한다. 당(唐)나라 때 문신 이원(李愿)이 벼슬을 사직하고 이곳에 은거(隱居)할 적에 한유(韓愈)가 그를 송별하는 뜻으로 송이원귀반곡서(送李愿歸盤谷序)를 지었다는 고사가 있다.

※蓴鱸(순로) : 순채국과 농어회를 말한 것으로, 진(晉) 나라 때 문인(文人) 장한(張翰)이 어느 날 갑자기 가을바람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는 고향인 강동(江東)의 순채국과 농어회를 생각하면서 “인생은 자기 뜻에 맞게 사는 것이 귀중하거늘, 어찌 수천 리 타관에서 벼슬하여 명작(名爵)을 구할 수 있겠는가.” 하고는 고향으로 돌아갔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