重九日 (重陽節) - 金昌協 外
九日 구일 金昌協 김창협
9월 9일
金山九日起風埃 금산구일기풍애
구월 구일 금산에서 먼지바람 일으키며
使者南馳不顧迴 사자남치불고회
사자는 뒤도 안 돌아보고 남으로 달리네
一路開花黃菊徧 일로개화황국편
길마다 노란 국화가 두루 피어 있는데
誰家送酒白衣來 수가송주백의래
흰옷 입은 심부름꾼 누구 집에 술 보내나
亦知故里歡娛少 역지고리환오소
고향의 즐거움이 적은 것 또한 알겠으니
終覺殊方物候哀 종각수방물후애
타향의 물후가 슬퍼짐을 마침내 깨닫네
況是嶺雲橫極目 황시령운횡극목
고개엔 구름이 보이는 데까지 걸쳤으니
望鄕何處覓高臺 망향하처멱고대
어디서 높은 누대 찾아 고향을 바라볼까
※ 전반 사구(四句)는 진(晉) 나라 도연명(陶淵明)이 중양절(重陽節)에 술이 없어 동쪽 울 밑에서 국화를 따며 놀고 있을 때, 강주 자사(江州刺史) 왕홍(王弘)이 보낸 흰옷 차림의 심부름꾼이 술을 가져와 마시고는 취했다는 고사를 표현한 것이다. 도연명이 고향에 은거한 지 3년째 되는 해에 갑작스러운 화재로 생가가 타버리자 그는 고향을 떠나 심양의 남쪽 근교에 있는 남촌(南村:또는 南里)으로 이사해서 그곳에서 만년을 보냈기에 사자가 남쪽으로 말을 달렸다고 표현한 듯하다.
※ 후반 사구(四句)는 왕유의 시 중구일에 산동의 형제들을 그리워하다〔九日懷山東兄弟〕에서 ‘홀로 타향에서 나그네가 되니, 명절만 되면 부모 생각이 배가 되네. 형제들 높은 곳에 오른 걸 멀리서도 알겠는데, 산수유 꽂고 노는데 나 한 사람 모자라네.〔獨在異鄕爲異客 每逢佳節倍思親 遙知兄弟登高處 遍揷茱萸少一人〕’라고 한 구절을 원용하여, 중양절에 고향을 떠난 나그네가 멀리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표현하였다.
※物候(물후) : 계절이나 기후에 따라 변화하는 만물의 상태
*김창협(金昌協,1651~1708) : 조선 후기 병조참지, 예조참의, 대사간 등을 역임한 문신. 학자. 자는 중화(仲和), 호는 농암(農巖) 삼주(三洲). 좌의정 김상헌(金尙憲)의 증손자이고, 영의정을 지낸 김창집(金昌集)의 아우이다. 아버지는 영의정 김수항(金壽恒)이다.
九日 次杜韻 구일 차두운 崔岦 최립
중구일 두보의 시에 차운하다.
登高地選海天寬 등고지선해천관
드넓은 세상에서 높은 곳을 골라 올라서
見說居人一日歡 견설거인일일환
오늘 하루를 즐기자는 주민의 말을 듣네
病客未宜供是事 병객미의공시사
병객에겐 이런 일이 맞지 않을 듯하지만
黃花今復上吾冠 황화금부상오관
오늘 다시 내 머리 위에 국화를 꽂았다네
斜風起浦潮聲壯 사풍기포조성장
바람 비껴 부는 포구에 해조음이 웅장하고
落日銜山雁影寒 낙일함산안영한
산 머금고 지는 해에 기러기 모습 차갑네
爭席屬杯那可厭 쟁석속배나가염
자리 다퉈 권하는 술이 싫을 리가 없으니
也須留待月輪看 야수류대월륜간
그대로 머물며 기다려 둥근 달구경 해야겠네
<이 시는 두보(杜甫)의 시 구일남전최씨장(九日藍田崔氏莊)이라는 시를 차운(次韻)하였는데, 수많은 시인들이 인용한 원운(原韻)은 다음과 같다.>
九日藍田崔氏莊 구일남전최씨장 杜甫 두보
중구일에 남전의 최씨 장원에서
老去悲秋强自寬 노거비추강자관
늙어가며 가을이 슬퍼도 애써 마음을 열고
興來今日盡君歡 흥내금일진군환
오늘 그대의 환대를 받으니 흥이 나는구나
羞將短髮還吹帽 수장단발환취모
머리가 짧아 바람에 모자 날려 부끄럽지만
笑倩傍人爲正冠 소천방인위정관
웃으면서 옆 사람에게 관을 고쳐 달라하네
藍水遠從千澗落 남수원종천간낙
푸른 물은 멀리서 와서 계곡마다 떨어지고
玉山高竝兩峯寒 옥산고병양봉한
옥산의 찬 두 봉우리는 나란히 높이 섰네
明年此會知誰健 명년차회지수건
이 모임에 내년에도 건강할 이 누구일까
醉把茱萸仔細看 취파수유자세간
취하여 수유를 손에 들고 자세히 바라보네
*최립(崔岦,1539~1612) : 조선시대 동지중추부사, 강릉부사, 형조참판 등을 역임한 문신. 문인. 자는 입지(立之), 호는 간이(簡易) 동고(東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