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分(추분) - 李穡 外
對雨書懷 대우서회 李穡 이색
비를 대하고 회포를 적다.
衰翁野興逐時新 쇠옹야흥축시신
시골 늙은이 시절 따라 흥이 새로운데
節近秋分雨下頻 절근추분우하빈
추분이 가까워지니 비가 자주 내리네
三伏威加曾屛氣 삼복위가증병기
삼복더위의 위세는 점점 더 가려지고
一涼恩重已渾身 일량은중이혼신
이미 온몸에 두텁게 서늘함을 느끼네
鄕閭流徙餘奸吏 향려류사여간리
아전이 교활하여 떠도는 백성 넘쳐나니
社稷安危有大臣 사직안위유대신
사직의 안위가 대신들에게 달렸구나
儻是吾生保殘齒 당시오생보잔치
행여 나의 남은 여생 보전만 된다면
黃鸝江上少風塵 황리강상소풍진
풍진 없는 강 위의 꾀꼬리처럼 살리라
節序 절서 徐居正 서거정
節序堂堂不暫停 절서당당불잠정
계절은 당당히 흘러 잠시도 멈추지 않으니
一生心事漸彫零 일생심사점조령
일생의 시름 또한 점점 시들어 가는구나
多時長笑吾頭白 다시장소오두백
오랫동안 웃는 사이 내 머리만 희어졌으니
何術能敎俗眼靑 하술능교속안청
무슨 방도로 속인의 질시를 면할 수 있을까
海上豈無仙子藥 해상기무선자약
삼신산에 어찌 신선의 영약이 없을까만
天南知有老人星 천남지유로인성
하늘 남쪽에 노인성이 있음은 알겠구나
期牙已遠知音少 기아이원지음소
기아가 간 지 오래라 소리 알 이 드무니
一曲峨洋誰解聽 일곡아양수해청
한 곡조 아양곡을 누가 들어 알아줄까
※海上(해상) : 봉래(蓬萊), 방장(方丈), 영주(瀛洲)의 삼신산이 동해(東海) 가운데 있다는 전설에 의거 삼신산(三神山)을 해상으로 표현한 듯하다.
※老人星(노인성) : 노인성(老人星)은 추분(秋分) 절기에 남쪽 하늘에 나타나는 남극노인성(南極老人星)을 말하는데, 이 별이 나타나면 천하가 태평하고, 나타나지 않으면 병란(兵亂)이 일어난다고 하며, 또 이 별을 장수(長壽)의 상징으로 삼아 수성(壽星)이라고도 했었다.
※期牙(기아) : 기아(期牙)는 종자기(鍾子期)와 그의 친구 백아(伯牙)를 말한다. 옛날에 백아는 거문고를 잘 타고 그의 친구 종자기는 거문고 소리를 잘 알아들어, 백아가 생각하고 연주하는 것은 종자기가 반드시 다 알아들었는데, 종자기가 먼저 죽자 백아는 자기의 거문고 소리를 알아들을 사람이 없다 하며 마침내 거문고를 부숴 버리고 다시는 거문고를 타지 않았다 한다.
丁未秋分口占 정미추분구점 李敏求 이민구
정미년 추분에 입으로 읊어서 짓다
玄鳥今朝去 현조금조거
제비가 오늘 아침에 떠나가고
淸秋此日分 청추차일분
오늘로 맑은 가을이 나뉘는구나
塵埃人是客 진애인시객
티끌 세상에 사람은 나그네일 뿐
衰朽我非君 쇠후아비군
그대와 달리 나는 늙어버렸구나
萬事愁中夢 만사수중몽
만사는 근심 가운데서 꿈을 꾸니
餘生水上雲 여생수상운
남은 인생은 물 위의 구름 같구나
誰歟問孤寂 수여문고적
누가 외롭고 적막한 곳을 찾아줄지
獨坐卽離群 독좌즉리군
홀로 앉았으니 외톨이 신세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