飮酒二十首(음주이십수) 其七
飮酒 음주 其七 陶淵明 도연명
秋菊有佳色 추국유가색
가을 국화가 빛깔이 아름다워서
裛露掇其英 읍노철기영
이슬에 젖을 때 그 꽃잎을 딴다
汎此忘憂物 범차망우물
이 꽃잎을 망우물에 띄워서
遠我遺世情 원아유세정
세상의 정을 멀리 떠나보낸다
一觴雖獨進 일상수독진
비록 혼자서 한 잔을 마시고
杯盡壺自傾 배진호자경
잔이 비면 스스로 술병 기울인다
日入群動息 일입군동식
해가 지니 온갖 움직임도 그치고
歸鳥趨林鳴 귀조추림명
돌아가는 새도 울면서 숲으로 가네
嘯傲東軒下 소오동헌하
동헌 아래서 우쭐대며 휘파람 불면서
聊復得此生 요부득차생
이 삶을 다시 얻어서 즐겨야겠네
※忘憂物(망우물) : 시름을 잊게 하는 물건이라는 뜻으로 술을 비유적으로 하는 말.
和陶飮酒二十首 其七 退溪 李滉
도연명의 음주 이십 수에 화답하다.
憶昨始來玆 억작시래자
지난날 생각하니 이곳에 처음 왔을 때
四山花繁英 사산화번영
사방의 산들에는 꽃이 활짝 피었었지
俄然暗衆綠 아연암중록
별안간 녹색 무리들이 어두워지니
悄悄幽居情 초초유거정
숨어 살려는 뜻이 혹독하기만 하네
寧聞有石人 영문유석인
석인이 있어서 좋은 소문이 나니
百歲苦易傾 백세고역경
백 년의 괴로움도 잠깐 만에 바꿔지네
貌彼古聖賢 막피고성현
옛날 성현들의 그 몸가짐에서
身死道長鳴 신사도장명
몸은 죽어도 도의 명성은 오랫동안 날리네
不及望門牆 불급망문장
스승님의 문장을 쳐다보나 미치지 못하니
咄咄如吾生 돌돌여오생
탄식하는 소리가 내 삶과 같은 듯하네
※石人(석인) : 무덤 앞에 세우는, 돌로 만든 사람의 형상. 문석인(文石人), 무석인(武石人),동자석(童子石) 따위가 있다.
※門牆(문장) : 문과 담장이라는 뜻으로, 전하여 스승의 문하를 말함. 당(唐) 나라의 문장가 한유(韓愈)가 이익(李翊)에게 보낸 편지에서 “나는 이른바 공자(孔子)의 문장(門牆)만을 바라보고 그 집안에는 들어가지 못한 사람이니...”라는 표현이 있다.